"비용 줄여라" 최창원 지시에 업무공간도 '리밸런싱' 대상 SK 전 계열사 사무실 임대차 계약 검토...SK디스커버리는 사업재편 제외 논란도
정명섭 기자공개 2024-07-01 09:36:35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내실 경영'을 주문한 이후 SK그룹이 고강도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계열사별 사무실 임대차 계약까지 검토 대상에 올랐다. 고정비를 최대한 줄여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최 의장 주도로 비용 절감과 사업구조 재편 등의 '리밸런싱' 작업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가운데 SK디스커버리그룹만 제외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모든 투자 건이 홀딩된 상황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인수합병(M&A)이 유일하게 승인됐기 때문이다.
◇최창원 '비용 절감' 주문에 전 계열사 임대차 계약도 검토 대상에
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모든 계열사의 사무실 임대차 계약 현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SK그룹이 보유한 사옥 외에 입주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SKC와 SK네트웍스, SK머티리얼즈 등을 포함해 공간 부족으로 서울 종로구, 중구 일대에 사무실을 임대한 계열사들이 거론된다.
사무실 임대료는 대표적인 고정비다. 임대 비용이 너무 높다고 판단될 경우 부동산 개발 계열사 SK디앤디가 보유한 빌딩으로 이전할 가능성까지 나온다.
최 의장이 내실 경영을 주문한 이후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다 줄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한 영향이다. 그가 강조하는 내실 경영에는 △전사 원가절감 △인력 재배치 △조직 슬림화 △신규 투자 축소 △사업구조 리밸런싱 등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배터리와 바이오, 수소, 친환경 사업과 같이 업황 저하로 성장이 정체된 계열사에 이같은 경영 효율화 방안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이는 계열사 숫자를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이라는 최 의장의 지시와도 연결된다. 현재 SK그룹의 국내 계열사 수는 219개(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다. 2018년(101개)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최 의장은 각 계열사 경영진에 "이름도 알지 못하는 계열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연초부터 고강도로 비용 절감을 추진해왔다. 일례로 SK이노베이션은 업무추진비와 활동비에 한도 제한이 생겼다. 임원들의 토요일 출근이 의무화하면서 회사 비용으로 주말에 골프를 치는 경우도 크게 줄었다.
SK그룹은 이날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최고경영진 회의는 경영전략회의에서 각 사별 사업구조 리밸런싱뿐 아니라 경영 효율화를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의장이 내실 다지기를 강조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비용 절감과 사업 효율성 제고 등에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작 SK디스커버리는 리밸런싱 논외?...최 의장 행보 두고 뒷말
연일 고강도 쇄신을 주문하는 최 의장의 행보를 두고 여러 뒷말도 나온다. 최 의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그룹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독일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IDT바이오로지카의 경영권 지분 60%를 3390억원에 인수하면서다.
이는 최 의장이 작년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부임한 이후 첫 M&A다. SK그룹은 최 의장 체제에 돌입한 이후 모든 투자 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왔다. 올 들어 SK그룹 내에서 신규 투자보다 매각 이슈가 더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 의장은 각 CEO들에 방만·중복 투자를 질타했다.
바이오 사업의 경우 배터리 사업과 함께 수익성 부족으로 속도조절 대상으로 지목돼왔다. SK㈜ 바이오의약품 CDMO 계열사인 SK팜테코의 미국 버지니아 공장 매각을 검토하는 것도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이다.
그러나 정작 SK바이오사이언스가 M&A를 단행하자 SK디스커버리만 리밸런싱에서 제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SK케미칼(지분 67.88%)이다. SK케미칼의 최대주주는 SK디스커버리(지분 40.90%)인데 최 의장이 SK디스커버리의 지분 40.72%를 보유하고 있다. 즉 최 의장→SK디스커버리→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로 이어지는 지분구조다.
최 의장은 그룹 내에서 '언젠가는 SK디스커버리그룹으로 돌아갈 사람'으로 인식된다. 최 회장이 최 의장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앉혀 사촌 경영 체제를 구축했으나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지분을 물려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모든 투자가 홀딩됐는데 SK디스커버리만 예외라 다들 의아해하는 분위기"라며 "최 의장이 사업재편을 추진하면서도 본인 사업(SK디스커버리 계열)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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