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상장첫날 폭락' 올게 왔나…시프트업 빅딜도 '긴장모드'이노스페이스 쇼크, 공모가 20%대 하회…초호황 일단락 신호, 하나둘씩 감지
양정우 기자공개 2024-07-04 10:32:13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3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호황이 이어지던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따따블(공모가 대비 300% 상승)' 광풍은 오래 전 사려진 데다 위기의 신호가 감지되더니 상장 첫날 폭락을 기록한 IPO까지 등장했다.이노스페이스의 증시 데뷔전 참패를 놓고 IB업계에서는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IPO를 앞둔 상장예비기업과 주관사 입장에서 리스크가 커진 형국인 건 분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따블' 사라진 시장, 이노스페이스 폭락까지…증권사 IPO 파트, 긴장모드 돌입
증권업계에 따르면 2일 상장한 이노스페이스 주식은 코스닥 시장에서 3만4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4만3300원보다 20.44%(8850원) 낮은 수준이다. 장 중 3만3750원까지 밀리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래 들어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IPO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동인기연이 유일했다. 다만 공모가보다 2.83% 하락한 수준이었다. 그 뒤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건 이노스페이스가 처음이다. 하락 폭은 공모가의 20% 대에 달해 공모주 투자자 대부분이 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관측된다.
올들어 IPO 시장은 연초부터 초호황 장세가 이어졌다. 이례적 따따블 랠리가 이어졌고 이 덕에 중소형 딜은 모두 희망 밴드를 넘어 할증된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했을 정도였다. 상장주관사와 상장예비기업은 모두 몸값을 높이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형사 IPO 파트를 중심으로 시장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상장 뒤 주가가 치솟았다가 시간이 흐르면 다시 하락하는 패턴이 이어져왔는데 이 주기가 눈에 띄게 단축돼왔다. 상장 며칠 뒤 상승분을 반납하는 게 아니라 당일 변동폭이 80~100%p에 이르는 사례가 하나둘씩 나왔고 결국 상장일에 폭락을 기록하는 딜마저 등장했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과거에도 공모주 투자심리가 단번에 위축되는 상황을 겪어봤다"며 "최근 위태로운 분위기라는 시각을 가진 실무진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노스페이스나 특정 섹터에 국한된 흐름일 수 있기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IPO 부서가 긴장 모드에 들어간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운용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그간 공모주 광풍 탓에 업력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하우스가 너도나도 묻지마식 투자에 나섰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 흥행몰이가 이어지면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급증했고 결국엔 단번에 거품이 빠지는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한 시각이 적지 않았다.
◇오버행 우려컸던 이노스페이스, 나홀로 급락?…조단위 시프트업 등판 '가늠자'
물론 이번 폭락이 이노스페이스에 한정된 이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의무보유확약 물량의 55%가 1개월 뒤에 풀리는 구조였기에 다른 IPO보다 오버행(잠재적 물량출회) 우려가 큰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이날 증시가 유독 저조한 흐름을 고수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7.24포인트(2.04%) 하락한 829.91로 장을 마쳤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4% 선을 다시 넘으면서 금리 불확실성을 다시 가중시켰다. 이노스페이스 등 기술특례 상장을 선택한 적자 기업은 고금리 여건이 고달플 수밖에 없다.
IB업계에서는 이제 이노스페이스의 바통을 이어받을 IPO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3일 하스가 곧바로 상장에 나서고 11일엔 조 단위 빅딜인 시프트업이 증시 입성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스는 공모규모가 300억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시프트업의 경우 4350억원(공모가 6만원 기준)에 달한다. 시장에서 소화해야 하는 물량이 많을수록 부담 역시 크다.
시프트업은 기관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 밴드의 최상단인 6만원으로 확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모든 기관(가격 미제시 기관 포함)이 밴드 상단 이상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근래 IPO 시장이 '단타' 일색으로 바뀌면서 수요예측 성적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노스페이스 역시 수요예측에서 기록상 흥행을 거뒀다.
이렇게 부담이 가중된 여건에서도 시프트업이 무난하게 증시에 입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1개월 이상 의무보유를 확약한 기관 비율이 26%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1111억원)보다 132% 증가한 것도 공모주 투자자가 이노스페이스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기대하는 대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시프트업 딜은 하반기 IPO 시장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라며 "만일 시프트업이 흥행몰이에 실패한다면 줄줄이 대기 중인 다른 IPO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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