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의 '3인 사장' 체제는 이례적 인사 실험이다. 옛 굿모닝신한증권이 지금의 신한증권이 되기까지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경영 방식이다. 조직 개편에 앞서 사장직을 두 개나 신설한 결단에서는 진옥동 회장의 비장한 각오마저 엿보인다.이선훈(대표이사·경영관리)·정용욱(WM)·정근수(CIB)로 구성된 사장단은 책임 분산과 전문성 강화라는 조직적 고민의 산물이다. 수차례 홍역을 겪는 과정에서 관리와 성장을 모두 잡고자 마련된 자구책이다. 이런 구상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증권에서 성장한 이 사장과 은행 출신인 두 정 사장의 유기적 호흡이 중요하다. 각자 대표 체제가 아니면서도 동등한 권한이 주어진 복잡한 구조다. 이들 사장 3명의 의지에 따라 성패가 극명하게 갈릴 듯하다.
이번 인사가 공식화된 후 타사 임원진 사이에서 부정적 코멘트가 나오기도 했다. 정용욱 사장과 정근수 사장 모두 그룹 내 영향력이 절대적인 은행에서 정점에 오른 인사다. 여기에 이선훈 사장보다 연장자이기도 하다. 증권맨으로서 큰 족적을 남긴 이 사장이지만 대표로서 뚜렷한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여건이 맞냐는 시각이 나왔다.
하지만 신한증권 내부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트로이카 체제의 성공 조건인 내부 협력 메커니즘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는 게 인상적이다. 두 정 사장과 이 사장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는 일화는 끊이지 않는다. 신한금융그룹의 성장기를 함께 한 동료로서 쌓아온 유대감은 각별하다고 한다. 사장 간 주도권 경쟁으로 방향성을 잃을 여지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 그룹의 경영진에 오른 세대에게 '신한'이라는 이름은 이들을 묶은 구심점이기도 하다. 전통의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는 현재 단 한 곳도 이름을 지켜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 당시 후발주자였던 신한은행이 대표적 시중은행으로 도약했고 그룹은 금융시장 리더로 뿌리를 내렸다. 주니어 시절부터 순수한 열정으로 성공에 기여한 사장단은 조직에 대한 몰입과 헌신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위대한 과업은 작은 성공 경험이 하나둘 쌓이며 완성되기 마련이다. 변혁의 시기 중심부에 있었던 사장단은 그들이 체득한 교훈을 남기는 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조직을 위한 판단이 필요할 때 경쟁보다 배려를 앞세울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이다. 이런 신뢰 관계는 경계가 모호한 이슈나 병목이 발생하는 순간 이 사장이 조율자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질곡이 없는 인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숱한 시련을 겪는 건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세대가 간신히 버텨낸다 해도 다시 풍파와 마주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다만 이런 고비를 넘을 때마다 더 단단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3인 사장 체제는 조직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구조가 아니라 위기를 넘어서는 동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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