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테라퓨틱 '빅파마 딜' 2건, 이승주 대표가 말한 노하우 시총 170조 규모 버텍스와 딜 발표 후 판교 혁신살롱 연사로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22 08:56:36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9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 9년차 50명 남짓 임직원이 근무하는 작은 바이오텍이 최근 8개월 새 빅파마와 2건의 기술수출 성사했다. 제약바이오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전해진 낭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어려운 시기 연이은 성과를 낸 비결은 무엇일까.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사진)는 두 건의 기술수출을 만들어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했다. 펀딩이 어려워 회사를 접을 뻔한 위기도 있었다. 지금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하며 불확실한 시간을 견뎌내는 중이다.
미국 유전자편집 치료제 개발사와 1조원대 기술수출 체결 소식을 발표한 지 이틀 뒤인 18일 이 대표가 수많은 청중 앞에 섰다. 빅파마 딜의 뒷 이야기와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경기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열린 혁신신약 살롱을 찾아 더벨은 이 대표를 만나봤다.
◇초스피드 이뤄진 업프론트 56% BMS 딜의 본질은 '생존'
2018년 출범 1년 만에 90억원 투자 유치. 누적 펀딩액 1296억원. 작년 말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에 이어 최근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과 기술수출 계약까지. 대전 지역에서 탄생한 작은 바이오텍이 일군 성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하다.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을 다르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스타트업 운영을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비행기를 조립하는 것에 비유했다.
이 대표는 "펀딩을 받으면 그때부터 절벽에 떨어지는 거다"라며 "처음엔 비행기 색을 어떻게 할지, 날개를 어떻게 달지 등을 생각하다가 추락 직전이 되면 아무렇게나 붙여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한다"고 했다.
가장 마지막 순간에 올라가려고 애쓰던 중 얻어걸린 게 BMS 딜이었다고 회상했다. 기밀유지협약(CDA)이 실제 계약으로 체결되기까지 소요된 기간이 단 8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초스피드로 이뤄진 계약이라고도 했다.
표적단백질분해제(TPD) 기반 'ORM-6151'을 이전하는 내용이었는데 선급금(업프론트) 비중이 56%에 달하는 이례적인 구조였다. 통상 국내 바이오텍이 기술수출 과정에서 받는 계약금 비중은 총 계약금의 10% 내외다.
그는 "2021년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항체약물접합체(ADC) 제조공정·품질관리(CMC)를 만들고 나니 투자액의 절반이 날아갔다"면서 "남은 300억원으로 2년을 버틴 건데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여러 자구책을 마련하다가 BMS 딜 구조가 나오게 됐다"고 했다.
BMS 계약으로 오름테라퓨틱은 1억달러, 우리돈 약 1300억원이라는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단숨에 확보했다. 추가적인 마일스톤과 로열티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에 아쉽다는 세간의 시각이 있었지만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요 찾아 먼저 타진…기술수출 비결, 리스크 적당히
이번에 체결한 버텍스 딜은 분위기가 달랐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추가적인 성과가 필요하긴 했지만 당장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BMS 딜처럼 급박한 환경에서 타진한 것도 아니었고 물질이전계약(MTA)부터 시작해서 계약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면서 "텐션 자체가 달랐다"고 했다.
버텍스를 먼저 접촉한 건 오름테라퓨틱 측이었다. 그동안 항암제만 개발해왔는데 그 외 분야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는 "유전자가위 치료제 투약 전에 약효를 높이도록 골수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전처치요법을 시행해야 하는데 부작용이 심하다"면서 "오름테라퓨틱의 TPD 기반 플랫폼을 활용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버텍스와 계약을 따내는 데 있어선 최대한 다양한 루트를 활용했다고 했다. 공식적인 파트너링 자리 외에도 내부 직원 및 지인의 네트워크 등을 두루 사용했다.
이 대표는 "시가총액이 50조원, 100조원을 넘어가는 회사 중엔 바이오 파트너링을 아예 안 하는 곳도 꽤 있다"면서 "이번 버텍스 계약의 경우 회사 직원이 연결고리가 된 케이스"라고 했다.
기술수출을 하려면 리스크를 적당히 가져가야 한다는 팁도 전했다. 그는 "TPD와 ADC 기술을 결합한 과제를 처음 가져갈 때 항체 타깃 리스크가 없도록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했다"며 "항체나 링커 등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받은 걸 썼고 조합만 새롭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기술에 대한 데이터는 이미 다 나온 만큼 기술수출 과정에서 설명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새로운 거 하나도 못 만드냐고 할 수도 있는데 너무 리스크가 크면 투자를 받거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게 어렵다"고 덧붙였다.
상장을 앞둔 소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절실히 깨닫는 건 내 마음대로 되진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미래를 보려고 한다"고 했다.
상장 이후 오름테라퓨틱의 미래에 대해선 "2040년에 그리는 모습은 당연히 임상에서 엄청 효과가 좋은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라면서 "비교적 가까운 미래인 2030년까진 임상에서 기립 박수 받을 만한 임상 데이터 내는 약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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