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 점검]'밸류업 장인' 프랙시스, 번개장터로 '니치마켓' 공략②패션·명품 중고거래 플랫폼 이미지 구축, 서비스 다각화로 매출 증대
김지효 기자공개 2024-08-07 08:09:10
[편집자주]
중고거래시장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30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의 기반에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 있었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도 잇따라 베팅하며 성장을 도왔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각 플랫폼들의 성적표는 확연히 갈리고 있다. 더벨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투자한 대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3곳의 실적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15:4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번개장터가 프랙시스캐피탈(이하 프랙시스) 체제 5년차를 맞이했다. 번개장터는 그 사이 국내 대표 패션·명품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번개장터의 연간 거래액은 2조5000억원, 연간 거래 건수는 2000만건 이상, 누적 가입자수는 2200만명에 육박한다.컨설팅 출신들이 모여 밸류크리에이션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는 프랙시스의 PMI(기업 인수 합병 후 통합관리) 전략은 번개장터에서도 빛을 발했다. 볼트온 전략과 오프라인 매장 오픈, 해외 진출 등을 통해 번개장터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졌다. 번개페이, 번개케어, 프로상점 등 서비스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와 비용 효율화에 따른 적자 규모 축소에도 성공했다.
◇젊은층 모이는 플랫폼, 패션·명품 ‘니치마켓’ 공략
번개장터의 색채는 프랙시스의 품에 안긴 이후 선명해졌다. 모바일로 시작한 태생적 특성 때문인지 번개장터는 아이템과 이용자층도 다른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과 달랐다. 더 젊었고 더 트렌디했다. 프랙시스는 이 같은 특성을 놓치지 않았다.
2020년 프랙시스 체제를 시작한 번개장터는 ‘취향을 잇는 거래’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젊은층들의 관심이 높은 패션·명품과 같은 '니치마켓(틈새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과 달리 전국을 아우르는 커버리지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한 젊은층들이 번개장터에 모여들면서 굿즈, 피규어 등 각종 한정판 제품들을 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같은 해 착한텔레콤의 중고폰 사업부문 인수도 이뤄졌다. 이를 계기로 번개장터는 중고폰 렌탈 운영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중고 골프용품 거래 플랫폼 ‘프라이스 골프'를 운영하는 '에스브릿지'를 인수해 중고 골프 용품 시장으로도 발을 넓혔다. 비슷한 시기 중고 의류편집샵 ‘마켓인유’도 번개장터의 품에 안겼다. 마켓인유는 중고 의류를 선별 매입해 판매하는 기업으로 폴로, 타미힐피거, 나이키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다.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까지 진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번개장터는 서울 강남 삼성동 코엑스와 역삼동에 ‘BGZT’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역삼동에 있는 ‘BGZT컬렉션’ 매장은 명품중고거래 매장으로 럭셔리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코엑스에 있는 ‘BGZT랩’은 한정판 프리미엄 스니커즈 편집샵으로 운영되고 있다.
글로벌로도 뻗어나갔다. 번개장터는 올해 6월 일본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mercari)’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메루카리는 월간 이용자 수 2200만명, 누적 판매 등록 30억건을 기록한 일본의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번개장터와 비슷하게 명품, 패션 등의 거래가 활발하다. 메루카리와 손을 잡으면서 앱에 새로 추가된 ‘해외’ 탭을 통해 일본의 중고 물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돈 버는' 사업 모델 강화, 고정비 효율화로 적자 축소
프랙시스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재무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건 매출 증가다. 매출이 2019년 120억원에서 지난해 34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매출 증대는 프랙시스가 인수 이후 '돈 버는' 비즈니스모델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친 결과다.
이용자 수가 늘어난 만큼 광고를 늘리는 방식으로도 매출 증대를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랙시스는 광고를 늘리는 방식은 지양했다. 광고 매출을 늘리면 고객 경험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신규 서비스를 통한 매출 상승을 목표로 PMI 전략을 구사했다.
매출 확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대표 서비스는 ‘번개페이’다. 번개페이는 에스크로 기반의 안전결제 서비스로 구매자가 물품 구매 확정을 누른 이후 판매자에게 구매 대금을 정산해주는 시스템이다. 2018년 처음 출시된 서비스로 프랙시스는 인수 이후 번개페이 고도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20년 번개페이의 거래액은 연간 1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 연간 6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번개페이 거래액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번개페이 수수료 매출도 늘었다. 번개페이를 이용하게 되면 구매자가 상품금액과 배송비의 3.5% 수수료를 부담한다.
번개페이는 명품, 희귀 아이템 등 고가 중고 물품들이 많은 번개장터의 특성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번개장터를 통하면 고가의 제품을 보다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번개장터 이용객 증대에도 기여했다.
정가품 검수 서비스 ‘번개케어’도 돈버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다. 2022년 말 출시한 서비스로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액은 1000억원 수준이지만 번개장터의 매출 기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가의 명품 거래가 많은 번개장터의 특성상 번개케어 이용자는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적자 폭은 커졌다. 서비스 다각화에 따른 인력 확대로 프랙시스가 인수하기 이전 60명 수준이었던 인력은 현재 200여명까지 증가했다. 이정재 배우 등을 기용한 적극적인 마케팅도 비용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프랙시스는 다시 한번 변화에 나섰다. 2022년 10월 프랙시스의 핵심 인력인 강승현 전무가 번개장터 공동대표로 취임하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강 대표는 고정비 효율화를 통한 비용 축소에 나섰다. 인력 감축 대신 비효율적 사업을 정리하는 등 번개장터의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강 대표 취임 이후 온전한 1년을 맞은 지난해 영업적자 폭은 크게 줄었다. 2021년 393억원까지 늘었던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216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화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김지효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그룹 & 보드]'2세 경영' 덕산홀딩스, 오너의 계열사 대표 겸직 확대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소송 당한 '자사주 공개매수' 이사회 멤버 살펴보니
- [thebell interview]“이사회 다양성, 기업 생존과 성장 위한 전략적 요소”
- [그레이존 이사회 점검]동오그룹, 오너 3세로 핵심계열사 경농·조비 엮었다
- [그레이존 이사회 점검]공구용 줄자 1위 코메론, 이사회 독립성·견제기능 무색
- [Board change]DS단석, 자산 2조 기준 웃도는 이사회 소위원회
- [그룹 & 보드]코오롱그룹, 이사회 중심엔 '오너 4세' 이규호 부회장
- [2024 이사회 평가]빙그레, 발군의 경영성과…아쉬운 이사회 구성
- [2024 이사회 평가]IMM PE 체제 하나투어, 평가 없는 이사회 운영 '아쉬움'
- [2024 이사회 평가]롯데렌탈, 적극적 이사회 활동… 경영성과 '옥의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