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파이어볼러' 류중희, 창업기획자 생태계 저변 넓힌다③초기투자협회서 새롭게 합류…퓨처플레이 성장 시킨 '노하우' 적극 공유
이기정 기자공개 2024-08-01 08:42:39
[편집자주]
한국액셀러레이터(AC)협회와 초기투자기관협회가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로 통합되면서 초기 투자에 나서는 기관들이 하나로 뭉쳤다. 그동안 업계는 AC와, 대학기술지주 등 AC 라이선만을 보유한 운용사로 양분돼 통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통합 협회의 목표는 투자업계에서 저평가받아 왔던 창업기획자들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 투자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AC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의 분과장을 맡아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더벨이 초기투자기관협회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0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크게 직구와 변화구로 구분된다. 변화구가 타자를 속여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목적이라면 직구는 타자와의 정면승부를 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같이 직구를 던지는 투수 중에서도 가장 빠른 공을 보유한 인물을 '파이어볼러'라고 부른다.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부회장 역할을 맡고 있는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사진)는 업계 대표적인 파이어볼러로 꼽힌다. 소신을 밝히는데 거리낌이 없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강직한 성격이 자칫 조직의 분위기를 경직시킬 수도 있지만 협회는 오히려 류 대표에게 이같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협회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지 못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류 대표의 '일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AC)로 시작해 벤처캐피탈(VC) 영역까지 퓨처플레이를 키워 낸 류 대표의 노하우도 협회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포인트다. 류 대표는 창업기획자들이 초기 투자 영역에서 VC와 경쟁해도 밀리지 않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C·VC 아우르는 독자 노선 구축, 성공적인 성장 모델로 업계서 인정
1974년생인 류 대표는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마쳤다. 전자전산학과 공학박사 출신으로 카이스트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어 2005년과 2006년 각각 온라인 업로딩 소프트웨어 기업 '아이콘랩'과 이미지 인식기술 스타트업 '올라웍스'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퓨처플레이를 설립한 시기는 2013년이다. 한재선 그라운드엑스 대표,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 등과 공동으로 회사를 만들었다. 이후 '10년 내 인류의 삶을 바꿀 스타트업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투자업계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퓨처플레이는 AC이지만 VC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독특한 하우스다. 구체적으로 수익률 극대화를 목표로 투자에 나서다 보니 일반적으로 시리즈B 단계에서 엑시트를 하는 AC들과는 달리 상장까지 보유 지분을 들고 가는 경우가 많다. 또 투자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투입하거나 팔로우온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편이다.
회사의 성장 모델은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실제 정책 출자자(LP) 출자사업 경쟁에서 VC와 경쟁해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회사는 지난해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 중기부 계정 혁신모험 계정 초격차 분야에서 GP로 선정됐다. 이같은 실적이 축적되면서 최근 운용자산(AUM) 2000억원(Co-GP 비율 미반영)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AC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성장의 원동력은 류 대표의 리더십에서 나왔다. 오직 실력으로 시장에서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창업 초기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후 회수 트랙레코드가 누적되면서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창업기획자는 초기 기업 발굴과 보육을 잘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데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수를 잘해야 한다"며 "AC와 VC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모두가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퓨처플레이는 미리 준비해 이같은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선스 아닌 진정성 유무로 협회 구성원 모아야"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운용사인 퓨처플레이는 그간 초기투자기관협회 회원사로만 활동하고 있었다. 이는 초기 투자 영역을 단순하게 AC 라이선스 보유 유무로 구분하면 안된다는 류 대표의 생각이 반영된 영향이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에 가입한 배경도 협회가 모든 초기 투자 기관들을 포용하기로 결정한 영향이 컸다.
그는 "AC 라이선스가 없더라도 운용사들의 초기 투자가 가능한데 라이선스 보유 유무로 회원사를 선정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초기 투자 영역은 라이선스가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 있게 투자 활동을 하고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투자 시장 파이를 확대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도 라이선스가 아닌 진정성 있는 투자사를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 류 대표는 가장 강직한 인물로 꼽힌다. 문제가 생긴다면 우회하기보다는 정면돌파해 풀어가는 성향이다. 이 때문에 류 대표를 어려워하는 업계 인물들도 많지만 그만큼 업무 추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 AC 대표는 "모두가 달콤한 말만 한다면 협회는 성장할 수 없다"며 "누군가는 쓴소리를 하고 협회를 감시해야 하는데 류 대표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퓨처플레이는 AC이지만 VC와도 유사하기 때문에 양 업계의 가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격적인 시도로 지속성장 발판 구축 필요, 최전방서 활동 이어갈 것
류 대표는 새롭게 협회 임원진으로 합류했기에 아직 담당 역할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모태펀드 출자사업 GP 선정 이력 등을 바탕으로 회원사들의 출자 생태계를 확대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류 대표 역시 퓨처플레이가 쌓아 놓은 노하우를 적극 공유하겠다는 생각이다.
류 대표는 "퓨처플레이는 AC로는 처음으로 400억원 규모 이상 펀드를 결성했다"며 "만약 협회 회원사 중에서 퓨처플레이와 같은 성장 모델을 생각하는 곳이 있다면 적극 도움을 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창업기획자들이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투자와 보육 등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전적인 시도가 뒷받침돼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협회는 이같은 시도에 나서는 회원사들을 지원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퓨처플레이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에 공격적으로 도전했기 때문"이라며 "가장 앞단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창업기획자들이 변화하면 자연스럽게 후기 투자자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정책 LP 출자사업 창업초기 분야에서 보육 역량이 있는 하우스에 가산점을 주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창업기획자들이 생태계 저변을 확대할 수 있도록 최전방에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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