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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삼양그룹 바이오는 지금]스페셜티 역량을 '바이오'에, 세계 봉합원사 1위 입지로①1992년 의약연구소 설립이 시작, '해외매출' 탄탄…그룹 핵심 미래동력 부상

차지현 기자공개 2024-08-05 09:19:44

[편집자주]

삼양그룹이 의약사업을 한 건 100년 역사 속 무려 30여년이나 된다. 그만큼 오랜시간 중요하게 추진하던 사업이지만 유통 및 화학사업에 가려져 존재감은 미미했다. 하지만 신성장 동력이라는 명분 하에 확장전략이 분명해지면서 업계도 주목한다. 미용성형, 위탁개발생산(CDMO)부터 신약개발 영역까지 도전장을 내민 삼양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09: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24년 농장에서 싹을 틔운 삼양그룹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일제시대와 한국 전쟁, 독재 정권의 견제와 외환위기 등 숱한 풍파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은 트렌드 변화를 재빨리 수용한 경영 전략 덕분이었다. 1950년대 제당 사업, 1960년대 화학섬유 사업, 1990년대 의약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의약 사업에 뛰어든 지 어언 30년. 생분해성 봉합원사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입지 등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이제 삼양그룹은 수익 다변화를 위한 하나의 포트폴리오로써 바이오가 아닌 미래 생존을 좌우할 핵심동력으로 판단하고 새판짜기를 고민하고 있다. 그룹 주력사업의 성장정체라는 한계를 비집고 들어갈 한방이 '의약바이오'에 있다는 믿음이 기반이 됐다.

◇'오너' 지원에서 시작한 바이오, 시작은 화학섬유서 뻗친 '봉합사'

삼양그룹 창업주 고(故) 김연수 명예회장이 신사업에 진출할 때 지킨 '원칙'은 분명했다. 해당 사업이 국가적으로 필요한지, 영속성과 발전성이 있는지, 종업원들이 그 보수로 생활할 수 있는지, 투자에 대한 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지였다.

의약 사업은 김 명예회장의 원칙에 딱 들어맞는 분야였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면서도 고성장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었다. 삼양그룹은 1992년 충남 대덕 연구단지에 의약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하며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의약 사업은 오너일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성장했다. 특히 오너 3세인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의약바이오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2000년대 그룹의 수장을 맡으면서 의약바이오와 화학을 양대 축으로 세웠다. 이 가운데 의약바이오 사업은 직접 사업 현황과 경영 계획을 챙겼다고 전해진다.

삼양그룹의 의약바이오 사업 전략은 명확했다. 자신있는 기존 화학섬유 사업과 연관된 영역에서 출발해 점차 뻗어 나가는 방식이다. 선대회장이 몸소 실천한 정도(正道) 경영과 중용(中庸) 정신이 깃든 전략이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 현재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은 생분해성 봉합사다. 봉합사는 수술로 절개한 인체 부위를 꿰매는 실이다. 조직 내 점막이나 장기 같은 부위를 수술할 땐 회복 후 실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녹는 실, 즉 생분해성 봉합사의 필요성이 커졌다.

삼양그룹의 봉합사 '트리소브'

문제는 생분해성 봉합사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술력이 부족했던 시절엔 동물의 내장을 이용해 생분해성 봉합사를 만들었다. 내장을 구성하는 성분이 생분해성을 갖는 고분자 물질인 단백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염 위험이 높고 동물로부터 채취해야 하는 만큼 유한한 소재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삼양그룹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그룹이 보유한 스페셜티(고기능성) 소재 분야 기술력에 주목했다. 생분해성 봉합사 시장이 개화하기 30년 전인 1960년대 이미 고분자 물질이 물과 반응해 분해되는 가수분해 플라스틱 소재를 만든 경험이 있었다. 이 기술을 생분해성 봉합사 개발에 활용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1993년 글리콜라이드 합성 기술을 이용해 국내 첫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원사 '트리소브'를 만들어냈다. 또 수술용 봉합사 원료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완제품 '써지소브'까지 내놓으면서 생분해성 봉합사의 완전 국산화를 이룩했다.

◇글로벌 명성에도 '존재감 미미', 변방에서 '주력사업'으로 달라진 분위기

현재 삼양그룹이 봉합사 사업으로 만든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생분해성 봉합사는 삼양홀딩스 바이오팜그룹 전체 매출 중 약 45%를 차지한다. 봉합사 관련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서 나온다. 지난해 기준 약 45개국 190개 이상 기업에 5000만달러 규모의 원사를 공급하며 글로벌 봉합원사 시장 점유율 1위를 다졌다.

해외 시장 공략과 기술 고도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봉합사 수출 물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2019년 헝가리에 삼양바이오팜 헝가리 법인을 설립했다.

2023년엔 헝가리 괴될뢰에 생분해성 봉합사 생산공장도 준공했다. 설비가 다 갖춰지는 내년께 연간 최대 10만km에 달하는 봉합사 원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감염 위험을 줄여주는 항균 봉합사 '네오소브 플러스', 매듭이 필요 없어 편의성을 향상한 미늘 봉합사 '모노픽스', 흡수성 지혈제 '써지가드', 유착방지제 '인터가드' 등 봉합사 완제품, 차별화된 바이오서저리(수술용 바이오 소재)도 지속해서 개발해 공급 중이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 업계서 '삼양그룹 바이오'의 존재감은 아직은 미미한 편이다. 30년이 넘는 업력에도 삼양그룹하면 바이오 사업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삼양그룹 내에서도 의약바이오 사업 매출 비중은 크지 않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 삼양바이오팜그룹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주력 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의약바이오 사업이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설탕·밀가루 등 제당산업이 성숙기 산업인 데다 경쟁도 치열한 탓에 성장이 정체돼 있다. 화학섬유 사업 역시 원재료비 인상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사 매출의 70%가량을 담당하는 삼양사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2조6514억원으로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자료에 따른 삼양그룹 작년 매출 역시 4조6410억원으로 전년 4조7730억원보다 감소했다.

무엇보다 의약바이오 사업은 글로벌 스페셜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그룹 기조와도 궤를 같이 한다. 앞서 그룹은 미래 성장을 위해 국내 상품(Domestic Commodity)에서 글로벌 스페셜티(global Specialty)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의약바이오 사업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1년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면서 의약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삼양바이오팜을 세웠던 삼양홀딩스는 2021년 이를 다시 흡수합병했다. 대규모 연구개발(R&D)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글로벌 신인도를 높여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삼양홀딩스는 의약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이후 1993년 국내 최초로 생분해성 봉합사를 개발하고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및 철저한 품질 관리 등을 앞세워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다"면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의약바이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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