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캐즘' 돌파 전략]삼성SDI, 유럽 대신 미국으로 눈돌린 이유는④유럽 비중 큰 탓에 중대형 매출 역성장 예상…첫 미국 JV 공장 연내 가동에 기대
정명섭 기자공개 2024-08-08 09:50:17
[편집자주]
멈춤 버튼이 없을 것 같았던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암초를 만났다. 2023년 들어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와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부진해지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여파는 국내 배터리 업계로 향했다. 합작투자가 무산되거나 지연되거나 생산기지 확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단기적 부진일까 아닐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K-배터리는 당장 눈앞의 보릿고개를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더벨은 전기차 '캐즘' 속 배터리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5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주요 경쟁사와 구분되는 점은 높은 영업이익률과 보수적 투자다. 수익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삼성그룹의 경영 기조와 맞닿아있다.삼성SDI는 P5 등 부가가치가 높은 배터리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 온 덕에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8.7%를 기록할 수 있었다.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원자재 가격 변동 등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은 편인 배터리 업계에선 눈에 띄는 숫자다. 같은 기간 업계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이익률은 5% 수준이었다.
삼성SDI는 2022~2023년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할 때도 영업활동현금흐름 내에서 설비 신·증설 투자비를 통제해왔다. 경쟁사와 달리 아직 북미 지역에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공장이 없는 이유다. 현지에 팩 공장만 가동 중이라 경쟁사 대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세제혜택을 가장 적게 받고 있다. 삼성SDI가 올 2분기에 수령한 IRA상 세액공제분은 79억원이다.
그럼에도 올 2분기에 2802억원의 이익을 거둔 건 주목할 만하다. 같은 기간 4000억원대의 IRA 혜택을 등에 업은 LG에너지솔루션의 이익(1953억원)을 크게 상회한다.
보수적인 경영도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겨내진 못했다. 투자업계 일각에선 삼성SDI의 중대형전지 부문이 올해 연매출이 역성장할 것으로 본다. 중대형전지 부문은 전기차용 배터리, ESS 배터리 등을 포함하는 사업부다. 전체 매출에서 58%를 차지하는 핵심 부서다. 실제로 매출 성장세가 꺾인다면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된다.
이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3개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작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한 국가들이다. 삼성SDI 매출에서 유럽 비중은 약 60%로 경쟁사 대비 높다. 삼성SDI는 현지에 판매되는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BMW와 아우디향 제품은 배터리 매출의 70~80%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의 해답은 미국 전기차 시장이다.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짓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공장 가동 시기를 2025년에서 올해 말로 앞당겼다. 삼성SDI는 연초부터 이같은 뜻을 배터리 장비, 부품 협력사들에 전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 공장은 삼성SDI가 미국에 처음 건설하는 배터리 셀 공장이다. 완전 가동 시 생산능력은 연산 33GWh다.
이는 상대적으로 전기차 성장세 둔화가 완만한 미국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상업 가동을 시작해 실적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2026년부터 중국산 비전기차용 배터리 관세율을 7.5%에서 25% 상향할 예정이라 삼성SDI 입장에서 ESS 등 전력 부문에서도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지역이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 시기도 2026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긴다. 다만 이는 전기차용이 아닌 전기 자전거, 전기 스쿠터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용으로 먼저 생산된다.
삼성SDI는 아직 CAPEX 계획을 조정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사가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한 것과 대조적이다. 합작 투자가 무산되거나 중단된 사례도 아직 없다. 업계 추산 삼성SDI의 올해 예상 CAPEX는 5조7000억원이다. 이미 상반기 CAPEX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예정된 CAPEX가 미래 시장에 대비한 필수 투자라 축소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투자 건 중에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투자가 포함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올 상반기 기준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공급한 회사는 5곳이다. 전분기 대비 2곳이 늘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기는 2027년이다. 이외에도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 들어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2026년)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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