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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삼양그룹 바이오는 지금]제당서 시작한 항암제, 오너가 역량 기반 'DDS'로 경쟁력②BMS 탁솔서 '편의성·효능' 높여 첫발, 현재 12종 라인업 '표적항암제'로 확장

차지현 기자공개 2024-08-07 09:47:59

[편집자주]

삼양그룹이 의약사업을 한 건 100년 역사 속 무려 30여년이나 된다. 그만큼 오랜시간 중요하게 추진하던 사업이지만 유통 및 화학사업에 가려져 존재감은 미미했다. 하지만 신성장 동력이라는 명분 하에 확장전략이 분명해지면서 업계도 주목한다. 미용성형, 위탁개발생산(CDMO)부터 신약개발 영역까지 도전장을 내민 삼양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6일 0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은 기존 사업에서 가지를 뻗어가는 방법으로 신사업에 진출한다. 항암제 사업 역시 같은 방식으로 시작했다. 봉합사가 화학섬유 사업에서 파생했다면 항암제는 제당 사업 기술이 적용됐다.

이렇게 첫발을 뗀 항암제 영역에 날개를 달아준 건 약물전달시스템(DDS)이다. DDS 기술을 활용해 편의성과 효능을 개선한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입지를 다졌다. 최근 들어선 세포독성항암제서 표적항암제로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세계 최초 파크리탁셀 대량생산 결실, 항암제 사업 본격화

삼양그룹의 의약사업 두 축은 봉합사와 항암제다. 두 사업영역에 비슷한 시기 진출했다. 봉합사와 마찬가지로 항암제 사업 역시 기존 보유한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판단 하에 사업진출을 강행했다.

항암제 사업을 시작할 즈음인 1980년대에는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큅(BMS)이 개발한 '탁솔'이 가장 흔하게 쓰이던 항암제였다. 탁솔은 주목나무 껍질에서 뽑아낸 파클리탁셀 성분을 원료로 한 천연물 신약이었다. 치료 효능이 탁월하지만 생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주목나무를 벌채해 직접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렵고 단가도 높게 책정됐다. 안정적으로 원료를 수급하기 어려웠던 건 물론 산림을 훼손할 수밖에 없기에 환경 파괴 등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삼양그룹은 삼양사 자회사 중 전분당과 전분을 생산하던 삼양제넥스가 가진 생물공학기술을 떠올렸다. 주목나무를 베는 대신 우량균주로 식물체를 구성하는 세포나 조직을 배양하는 기술을 통해 탁솔의 작용기전인 파클리탁셀을 구현한다는 아이디어였다.

이러한 전략은 1995년 세계 최초 식물세포 배양방식의 파크리탁셀 대량 생산 성공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는 삼양그룹이 항암제 분야로 사업을 본격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삼양그룹은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탁솔 제네릭(복제약)인 '제넥솔'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대전에 제넥솔 공장을 세워 원료의약품(API) 공급에도 나섰다.

◇창업주 사위 김성완 박사의 유산 'DDS', 항암제 성장 근간

혁신 아이디어로 출발한 항암제 사업에 자신감이 붙은 건 DDS가 접목되면서다. 약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인체 내에 전달해 주는 기술이다. 중앙연구소와 별도로 DDS 연구개발(R&D)에만 매진하는 의약연구소를 설립했을 정도로 관련 분야에 공을 들였다.

사실 삼양그룹의 DDS 역사는 고(故) 김성완 박사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창업주 고 김연수 명예회장 막내 딸인 김희경씨와 결혼한 김 박사는 삼양그룹이 의약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회자된다. 오너 2세 고 김상홍 명예회장에게 의약계통에 투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김 박사의 주 종목이 바로 DDS였다. 서울대 화학 석사, 미국 유타대 물리화학 박사 학위 취득 후 유타대 약제학 및 생체공학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창업주의 사위이기 이전에 이미 DDS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삼양그룹은 그를 구심점으로 먹는 약을 피부에 붙여서 체내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부터 약물의 지속 시간, 분해 시간 등을 조절하는 기술까지 광범위하게 DDS 연구에 집중했다.

이후 삼양그룹은 DDS를 활용해 편의성과 효능을 개선한 항암제를 출시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고용량 투여가 가능한 '제넥솔PM', 과민반응을 줄인 '나녹셀M'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성분을 물에 잘 녹도록 만들어 혈중 안정성을 부여하는 폴리머릭 미셀(PM) 플랫폼을 적용해 기존 치료제 대비 부작용을 줄인 게 특징이다.

동결건조주사제를 액상주사제로 개선한 '페메드에스', 동양인의 체표면적에 맞지 않는 의약품 함량을 변경해 약가 부담을 완화한 '아자리드' 등을 내놓으면서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넓혀 왔다.

현재 삼양그룹은 고형암 7종, 혈액암 5종의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제넥솔의 경우 2017년부터 오리지널 의약품 탁솔을 제치고 국내 파클리탁셀 제제 시장에서 1위 입지다.


항암제 개발을 향한 삼양그룹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세포독성항암제서 표적항암제로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을 타깃해 공격하는 2세대 항암제로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보다 부작용은 줄이면서 효능은 높인 치료제다.

2018년 삼양바이오팜(현 삼양홀딩스)은 국내 바이오텍 바이오시네틱스로부터 경구용 표적 항암제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도입하면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쳐 왔다. 이어 2020년 유방암 치료제 '에베로즈정'의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한 데 따라 표적항암제를 항암제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게 됐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삼양그룹은 단순 제네릭 제품을 출시하기 보다 의료진 및 암환자의 안전성, 편의성 및 경제성을 고려해 개선한 후발 의약품을 출시해 왔다"면서 "최근 세포독성항암주사제 중심에서 표적항암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하여 특허 분석 및 연구개발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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