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09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클라이언트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이상적인 '파트너'는 어떤 모습일까. 파리 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 SBS 최고 시청률을 구가하던 드라마 '굿파트너'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시선에서 그 답을 찾는다. 비록 이혼에 대한 편견 타파가 주요 제작 배경이라고 하지만 작품이 그려내는 '굿파트너'의 모습은 충분히 그 본질을 꿰뚫고 있다.드라마중 완벽에 가까운 수임률을 자랑하는 변호사 배역의 장나라 배우는 굿파트너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녀는 "고객보다 앞서서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하면서 "고객의 의뢰가 있으면 가치 평가하지 않고 그저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만난 한 대형 증권사 IB가 이 같은 '굿파트너'의 특징을 일면 드러내는 듯 보였다. IB 업무에 진입한 지 2년도 되지 않았지만 매주 25개가 넘는 미팅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새벽을 꼬박 새는 것은 기본, 사실상 홀로 팀의 딜 소싱을 책임졌다. 그 덕일까. 일면식도 없는 기업과 독대해 30분도 안 돼서 주관 계약을 따냈다는 무용담까지 돈다.
물론 여느 IB처럼 '밑고 맡겨 달라'고 호언장담한다. 드라마 속 신출내기 변호사가 고객에게 자신만 믿으라고 한 것에 대해 장나라 배우가 쓴소리를 했던 것처럼, 증권업계에서도 다소 리스키한 언행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와 함께 발행사와의 미팅에 동석한 상사도 이 말을 듣고 툭툭 치면서 눈치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보다 앞서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는 발행사 입장에서 이 하우스가 일단 계약을 따내고자 내지른 허황된 말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그는 왜 자신을 믿어도 되는지 항상 객관적인 수치를 가지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딜을 따낸 뒤에도 클로징까지 IR 등 단계별 프로세스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스스로를 아이디어 뱅크로 묘사했다. 기업의 의뢰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 그 이상의 무언가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지금 시점에서 이와 같은 조달 수단을 택했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는다. 고객사가 성공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그저 최선의 자문을 도울 뿐이다.
기업금융 업무는 클라이언트로부터 항구적인 신뢰를 얻기 위한 투쟁이다. 신의를 확보하기까지 단 30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불확실성에 굴복해 허황된 약속과 참견을 하지 않고 묵묵히 불확실한 미래를 걷는 이가 기업들의 '굿파트너'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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