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03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 자문사들의 올해 최대 화두는 SK그룹과 롯데그룹이다. 일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두 그룹사 모두 사업 재편에 한창이다. 반도체와 통신, 유통 등 핵심 사업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팔겠다는 의지다. 자연스레 그 과정에서 M&A 일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다만 이 상황에서 그룹사들은 영리하게 자문사들을 조련하고 있다. 인수자나 투자자들을 확보한 후에 수용 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면 그 때야 공식적으로 자문사 자격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M&A 업력이 쌓이면서 자문사를 다루는 데 능숙해진 결과물이다.
설사 시장에 소문이 나더라도 그룹사 입장엔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다. 자문사들이 자가 발전해서 진행한 딜이라는 꼬리 자르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거래는 없지만 M&A 자문사 간에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진 지 오래다. 온갖 시나리오를 짜내고 인수자와 매각자 간 이해관계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장은 SK그룹과 롯데그룹 모두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천천히 여러 제안을 들여다보면서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고 있다. 급하다는 인상을 줄 경우 협상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점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가시적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가 나지 않은 이유다.
두 그룹 간 미묘한 스탠스 차이도 읽힌다. SK그룹은 당장 사업부 매각보다는 내부 합병을 통한 계열사 교통 정리로 플랜A를 정한 형국이다. SK스페셜티나 SK엔텀 등이 그나마 매력적인 매물로 거론되고 있지만 헐값 매각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사들 역시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SK그룹과 단판 승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확실한 원매자를 확보한 후 SK 측이 매력을 느낄 만한 조건들을 미리 세팅해 두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다소간 시간이 필요한 게임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다. 롯데그룹은 201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M&A 시장의 블랙홀이었다. 국제실을 중심으로 사실상 국내에 나와 있는 모든 M&A 매물들을 검토했다. 두산주류(롯데주류), 바이더웨이(코리아세븐), 하이마트(롯데하이마트), KT렌탈(롯데렌탈) 인수가 다 이때 이뤄졌다.
M&A 경험이 풍부하다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롯데그룹은 언제나 인수자였다. 사는 건 익숙하지만 파는 데는 초보인 셈이다. 이런 경험 탓인지 그룹사 재편에 있어 생각이 많다. 더 직설적으로는 적자 사업부만 내놓으려고 한다.
자문사들이 고민하는 대목이 이 부분이다. 알짜는 다 지키려고 하고 적자 사업부만 팔려고 하니 도대체 손님들이 안 모인다. 그럼에도 그룹사와의 관계 탓에 '열심히 찾아보겠다', '좋은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는 말로 답답함을 감출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자문사들 또한 보릿고개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노다지다. 다만 걸림돌이 적지 않다. 그룹사 특유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답을 찾아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백방으로 딜메이킹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소리 없는 이 전쟁의 승자는 누가될까. 하반기 리그테이블이 그 결과를 말해줄 터이다. 간단 명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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