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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에스티, 90억 자산 'DA-8010' 임상 고비 '중단검토' 위약 시험서 유효성 입증 불발, 상업화 근접 약물 '충격'

김형석 기자공개 2024-08-12 08:49:05

[편집자주]

혁신신약을 노리는 기대주, 즉 파이프라인에 대한 가치 평가는 어렵다. 품목허가를 너머 성공적인 상업화에 도달하기까진 임상 평가 지표 외에도 시장 상황, 경쟁사 현황, 인허가 과정이 얽혀 있다. 각사가 내놓는 임상(Clinical) 자체 결과는 물론 비정형화한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주요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주력 파이프라인을 해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9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아에스티의 과민성 방광치료제 파이프라인 'DA-8010'가 임상 3상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동아에스티는 개발 중단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자체보유 파이프라인 중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물질인 만큼 임상 재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향후 파이프라인 유지의 변곡점은 2차 대조약 데이터 결과가 될 전망이다.

◇연구 진행 여부 보류, 대조약 시험 결과 확인 필요

동아에스티는 7일 공시를 통해 DA-8010의 임상 3상 톱라인 확인 결과 1차 지표인 위조약 대비 우월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효성 평가변수인 베이스라인(Baseline) 대비 투여 후 12주 시점의 24간 평균 배뇨 횟수의 변화를 측정하는 임상이었다. 평가 방법은 다기관, 이중눈가림, 위약 대조 및 실약 참조, 무작위배정, 평행 비교 등을 진행했다.

당초 동아에스티는 용량 5mg 시험을 검증한 후 유효성을 확인하면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2.5mg의 시험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 임상에선 5mg 시험에서도 위약 대비 우월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동아에스티는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지만 당장 연구 중단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2차 지표인 대조약에서 결과를 확인한 뒤 연구 중단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DA-8010은 임상 2상에서 대조약과의 유효성 시험 결과 우월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대조약으로 활용한 약품은 솔리페나신이다. 일본의 아스텔라스제약이 출시한 솔리페나신은 DA-8010과 동일한 무스카린 수용체에 길항제로 작용한다.

무스카린 수용체 억제제는 방광의 저장 단계에서 작용해 방광 용적을 증가시키고 무의식적인 방광 수축을 감소시킨다. 초기 배뇨 욕구를 지연하는 기능을 나타낸다. 유사한 작용기전을 가진 대조약에서 우월성을 입증한 만큼 위약과 달리 대조약에서 유효성 입증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게 동아에스티의 판단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배뇨와 관련한 시험의 경우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다수 있다"며 "이미 임상 2상에서 대조약 대비 효과를 낸 만큼 3상 데이터를 확인한 뒤 연구 방향을 설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톱라인 확인에 2개월가량이 걸린 만큼 대조약 시험 결과도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중단 시 89억 손상 처리, 하반기 실적 축소 가능성

유효성 입증 실패에도 DA-8010의 연구 중단을 곧바로 결정하지 않은 건 내부에서 그만큼 해당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가 DA-8010 개발에 착수한 시점은 2010년이다. 2015년까지 전임상 등 선행연구를 진행한 뒤 2016년부터 본격적인 상업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2017년 유럽 임상 1상을 완료한 뒤 2020년 국내서 임상 2상을 마쳤다.

DA-8010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인 'DMB-3115'와 함께 동아에스티가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물질이다. 실제 동아에스티는 올해 임상 3상과 품목허가를 마치고 내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국내 과민성 방광 치료제 시장 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다. 유럽에서 임상을 진행한 만큼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능했다.

DA-8010 관련 동아에스티 IR 자료.

허가 이후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1상 시험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건강한 연구참여자를 대상으로 항생제와 함께 복용할 때 DA-8010의 약동학을 분석하는 임상과 항우울제, 기존 치료제 병용투여 시 약물끼리 서로 영향을 주는 '약물 상호작용' 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등이다. 또 신장 기능에 따른 DA-8010의 약동학적 특성을 위한 추가 임상도 주목됐다.

만일 동아에스티가 해당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게 되면 지난 14년간의 연구를 진행하며 투입한 자금은 회수가 불가능해진다. 올해 3월 말 기준 DA-8010에 대한 자산화 된 개발비는 89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동아에스티가 벌어들인 영업이익 총액 78억원(잠정치)을 뛰어넘는 액수다.

연구가 중단되면 해당 비용은 모두 손상처리된다. 올해 하반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 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DA-8010은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약물로 내년 상용화를 목전에 뒀던 동아에스티의 주력 파이프라인"이라며 "진행한 3상 결과가 모두 나올때까지는 쉽게 연구 중단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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