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렛 소송 고비 넘긴 이오플로우, 정상화 신호탄 '조달' 채무 상환 제외 절반 이상 주력 제품에 활용…R&D 비용의 두 배
이기욱 기자공개 2024-08-23 08:35:41
[편집자주]
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2일 11: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대형 경쟁사 인슐렛과의 소송전에서 한고비를 넘긴 이오플로우가 사업 정상화에 나선다. 본격적인 사업 행보에 나서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주주배정 및 일반 공모 방식으로 82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주력 상품 경쟁력 강화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 부자재 구입 및 생산라인 정비, 마케팅 등에 300억원 넘게 투입한다. 연구·개발에도 적잖은 금액을 배정했지만 기존 사업 정상화에 보다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330억 이오패치 '자재·제조·생산설비'에 활용, 신제품 개발 160억
이오플로우는 22일 총 82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총 910만주를 주당 9040원에 발행할 예정이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 구주주 청약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 양일간 이뤄지고 11월 22일 신주가 최종 상장된다.
이번 유증 금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이오플로우의 자본총계 476억원보다 1.7배 웃도는 규모다. 21일 장 마감 기준 시가총액 3792억원과 비교해도 21.7% 수준의 대규모 자본 확충이다. 이오플로우는 해당 자금을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채무상환 등에 나눠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금액은 운영자금에 투입된다. 총 250억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모두 '이오패치(EOPatch)'의 원부자재 구매 및 제조경비에 활용된다. 내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1년 6개월 동안 원부자재 구매에 215억원을, 제조경비에 35억원을 투입한다.
이오패치는 일회용 웨어러블 자동 인슐린 주입기로 이오플로우의 주력 상품이다. 올해 상반기 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오플로우 전체 매출은 31억원으로 용역 등 기타매출 18억원을 제외한 제품·상품 매출은 모두 이오패치에서 발생했다.
곤지암 공장의 자동화 설비 고도화, 시설 개선 등에도 50억원을 사용한다. 국내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에도 33억원을 배정했다.
823억원 중 채무 상환 200억원을 제외한 금액은 623억원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을 기존 사업 강화에 사용한다. 사실상 이오플로우가 인슐렛과 소송전에 돌입하기 이전에 계획했던 모든 일들을 다시 재추진하기 위해 자금조달을 하고 있는 셈이다.
추가 연구개발비 규모는 총 160억원이다. △이오패치 3㎖(32억원) △이오패치 3.0 Weekly(48억원) 등 관련 신제품 개발뿐 아니라 센서 일체형 웨어러블 인공췌장 시스템인 'EOPani' 개발에도 32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파기환송 결정…소송전 분위기 반전
이번 유상증자는 신사업에도 많은 자금을 배정 했지만 사업 정상화에 보다 무게를 둔 자본 확충이다. 이는 이오플로우가 지난해부터 겪고 있는 국제 소송전의 흐름 변화와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8월 미국 경쟁사 '인슐렛'으로부터 '해외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소송'을 제기당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인슐렛은 이오플로우와 같은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제조 기업이다.
2000년대 인슐린 펌프 '옴니포드'를 개발하기 시작해 2005년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선두 주자로서 시총 127억6000만달러, 한화 17조원 규모의 초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오플로우는 2011년 설립된 국내 기업이다. 2019년과 2022년 국내와 유럽 제품의 승인을 받아 사업영역을 빠르게 넓혀 나가기 시작했지만 인슐렛과의 시총 규모는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실질적인 경쟁사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배경은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 메드트로닉과의 관계 때문이다. 이오플로우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메드트로닉은 지난해 이오플로우 인수를 통해 인슐린 펌프 시장 진출을 모색했고 인슐렛은 소송을 통해 이를 막았다. 메드트로닉은 시총 1100달러, 한화 150조원으로 인슐렛에 뒤지지 않는 대형사다.
소송 초기 흐름은 이오플로우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매사추세츠주 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인슐렛의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이오플로우의 미국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올해 5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가처분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며 분위기가 반전됐고 지난달 1차 가처분에 대한 파기환송결정까지 내려졌다. 미국 항소법원은 인슐렛 측이 주장한 '영업기밀'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송이 전부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이오플로우는 한 차례 고비를 넘기며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수출길이 다시 열렸고 이번 유상 증자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 정상화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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