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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 리뷰]DB하이텍, 미등기 임원 보수체계 손질할까②보상위 설치 등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 박차, 김준기 창업주 일가 70억 수령

김소라 기자공개 2024-09-13 07:48:10

[편집자주]

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4일 07: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제조업체 'DB하이텍'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재무지표를 손보는 등 경영 시스템을 보다 선진화하기 위한 시도다. 이는 주주 친화, 이사회 운영 개선 같이 실제 일부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미등기 임원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은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이사회 구성원(등기이사)과 비교시 상대적으로 경영상 책임이 덜한 미등기 임원을 대상으로 매년 상당한 금액을 배정하고 있다. 영업성과 등을 고려해 임원 보수를 책정하고 있다고 대략적으로 안내하고 있으나 근래 수익성 악화 상황은 이들 보수엔 크게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다.

DB하이텍은 최근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다각도에서 비재무지표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밸류업을 위해 단순히 재무지표만 개선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 등 거버넌스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경영 투명성 척도로 해석되는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들을 모색하고 있다.

◇지배구조 핵심지표 점진적 개선, 항목 다각도 손질

올해 사업연도 기준 DB하이텍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87%까지 개선됐다. 당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절차 선진화 안건을 통과시키며 관련 항목을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구체적으로 이는 현금 배당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주주에게 제공하는지 여부를 묻는 문항이다. DB하이텍은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이후 배당 기준일을 정하는 식으로 선후 관계를 변경해 해당 항목을 충족했다. 실제 시행은 오는 2025년부터 변경 적용될 예정이다.


일부 거버넌스 지표들은 당장 올해부터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 사내이사가 도맡던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넘겼다. 이를 위해 앞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관련한 정관을 수정했다. 구체적으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담당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의장을 선임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변경했다.

주주 정책도 함께 손봤다. 주주를 대상으로 경영 주요 안건과 관련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기 위해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당일 4주 전 실시하는 형태로 규정을 바꿨다. 기존 대비 공고 시점을 1주일 더 앞당겼다. 투자자들이 좀더 숙고해 주주총회 의안을 검토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등기 임원 4명 보수, 등기이사 보수한도 추월

향후 임원 보수정책 선진화 작업은 기대되는 지점이다. 지난 2월 개최한 이사회에서 보상위원회를 신규 설치하며 보수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다. 총 3명의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다. 임원 보상체계 수립 및 한도 적정성 평가업무를 해당 위원회로 이관했다.

특히 미등기 임원에 대한 보수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DB하이텍은 현재 이사회 구성원 대비 미등기 임원 보수가 많다. 지난해 DB하이텍 미등기 임원이 수령한 보수, 특히 5억원 이상 고액보수 미등기 임원 4명을 합치면 76억1000만원이다. 당해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 전체를 대상으로 지급할 수 있는 보수한도 40억원을 웃돌고 있다.


대부분은 지배주주 몫으로 배정됐다. 김준기 DB하이텍 창업회장과 자녀인 김남호 회장, 김주원 부회장 등이다. 이들이 지난해 수령한 보수액은 당해 미등기 임원 전체 보수 가운데 91%다. 등기이사 대비 경영에 대한 책임은 덜한 미등기 임원의 연봉이 더 많은 셈이다.

더불어 보수 정책은 현재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미등기 임원에 대한 보수는 조직의 성과를 기초로 대표이사가 결정하고 있다고 간략히 기재했다.

다만 근래 보수 추이만 단순히 놓고 보면 영업 성과가 미등기 임원 보수책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김준기 창업회장 일가는 총 29억원을 보수로 수령, 전년 동기대비 7% 감소했다. DB하이텍이 올해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익이 36% 가량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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