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도 미사일, 'RPT' 시장의 개화]SK바이오팜의 자신감, 테라파워 공급원료에 오너지원까지②진출 1년만에 SKL35501 도입부터 원료 계약까지, 2년 내 본임상 목표
차지현 기자공개 2024-09-13 09:32:07
[편집자주]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에만 정확하게 도달해 공격하는 약물 기술이 있다면. 이 같은 개념을 구현한 게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그리고 이를 이을 차세대 기술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에 직접 전달해 파괴하는 방사성 치료제(RPT)가 주목받고 있다. RPT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려는 빅파마들의 조단위 M&A 등의 거래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 기업도 앞다퉈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시장 현황과 국내사들의 전략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2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스트 세노바메이트' 발굴은 빅 바이오텍으로의 비전을 그리는 SK바이오팜에 있어 숙명과도 같다. 자체개발 뇌전증 신약으로 K-바이오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지만 후속 파이프라인의 부재가 한계로 지적됐다. 수많은 고민 끝에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게 RPT다.저분자 화합물에 주력했던 SK바이오팜이 RPT에 발을 들인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데다 RPT 개발의 핵심인 원료를 이미 확보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눈부신 성장 이면 약점 '후속 물질 부재', RPT로 띄운 승부수
미국 출시 50개월 차를 맞은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올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제품 매출이 판매관리비 992억원을 넘어서면서 흑자전환도 이뤘다. 신약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국산 신약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제 다음 스텝을 고민한다. 올해 상반기 SK바이오팜 매출 가운데 세노바메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96.7%다. 사실상 세노바메이트 하나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속 파이프라인이 뚜렷하지 않다. 기업의 영속성 측면에서 차기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지난해 7월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새로운 플랫폼 3종을 공개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했다. 당시 이동훈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RPT를 포함해 표적단백질분해(TPD),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중점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세노바메이트로 벌어들인 돈을 신규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삼아 지속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실 시장에선 SK바이오팜이 RPT에 발을 들인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했다. 아직 제대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영역인 데다 원료 확보나 의약품 제조 및 취급 등이 쉽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SK바이오팜의 주력 분야는 저분자 화합물이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RPT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먼저 RPT는 자체 보유 기술이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봤다. RPT는 항체의약품이나 합성의약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만든다. 새로운 기전이지만 기존 기술을 응용하면 되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지주사를 통해 RPT의 핵심인 원료를 조달 가능하다는 점도 자신감의 배경이었다. SK㈜는 지난해 8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에 3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RPT 개발은 효능보다 공급망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료 조달이 중요하다. 이미 그룹 차원에서 확보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있다는 건 분명한 경쟁력이 된다.
◇오너 앞세워 힘싣는 'RPT', 진출 1년 만에 L/I 등 성과 속속
주목할 건 RPT 사업의 구심점이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라는 데 있다. 투자 총괄 팀장에서 작년 말 임원으로 승진한 최 본부장은 SK바이오팜이 RPT 사업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알려졌다. 작년 하반기 내내 전 세계 RPT 시장 및 개발사를 전수조사하는 데 앞장섰다는 후문이다.
오너 3세가 키를 쥔 데 따라 SK바이오팜의 RPT 사업은 매우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분위기다. RPT 진출 선언 직후 방사선의학 연구 분야에서 국내 최고 입지를 가진 한국원자력의학원과 RPT 연구 협력 계약을 맺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유일하게 병원을 운영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방사선의학 연구기관이다. RPT 개발을 위해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하는 곳이다.
올해 7월 홍콩 바이오 기업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로부터 RPT 치료제 후보물질 'SKL35501(구 FL-091)'을 도입했다. 풀라이프가 개발하는 다른 후보물질 도입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보유해 추가 물질 도입 여지도 남겼다.
최근엔 테라파워 자회사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로부터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악티늄-225(Ac-225)'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기술도입 및 신규 계약 체결 건 모두 최 본부장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파악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첫 공식석상 데뷔전을 RPT 사업 관련 컨퍼런스 콜로 치르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다. 그는 SK바이오팜이 RPT 영역에 뛰어드는 당위성 및 경쟁력을 설명한 뒤 향후 RPT 사업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2년 내 SKL35501을 본임상 단계까지 진척시키고 외부서 후보물질을 추가로 도입하는 게 골자다.
세부적으로 바인더는 저분자 화합물·펩타이드, 타깃은 경쟁사가 많지 않은 신규 타깃(Novel Target)이라는 우선순위를 세우고 후보물질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테라파워 계약 건에 이어 추가적인 원료 공급 계약도 1~2건 정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후기 단계 임상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공급망 확보에도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알파선 방사선 물질로 차별화를 꾀한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시판 중인 4개 RPT 제품 중 3개가 베타선 방사선 동위원소를 사용한 제품이다. 알파선 방사성 동위원소는 베타선 대비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해 보다 안전하고 효능이 높은 RPT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물론 베타선에 비해 높은 세포 독성을 지닌 만큼 부작용 관리 등은 넘어야 할 관문으로 꼽힌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작년 RPT 진출을 선언한 이후 전 세계 모든 RPT 기업을 전수조사했다"면서 "해외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추가 RPT 후보물질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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