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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Match up/영풍 vs 고려아연]이사진 '비토·기권' 비교해보니…'있거나 없거나'[활동]②안건 사전안내, 고려아연 '하루이틀 전'…영풍 '7일 전' 통보

박동우 기자공개 2024-10-08 08:11:47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6일 15:3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회 구성원은 활발한 숙의와 검토를 거쳐 표결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다. 2021년부터 올 6월까지 표결 내역을 살피면 영풍 이사회 구성원들의 반대·기권 사례는 전혀 없었다. 고려아연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 장형진 영풍 고문만 유일하게 비토(veto)와 기권을 행사했다.

원활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안건 내용을 미리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영풍은 평균적으로 이사회가 열리기 7일 전에 의안을 통보했으나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개최하기 하루이틀 전에 사전 안내해 왔다.

◇영풍, 3년6개월간 이사회 구성원 불참 '단 한 건'

영풍은 2021년 이래 올 상반기까지 총 49회 이사회를 소집했다. 상정한 의안은 86건으로 78건을 표결하고 8건을 보고 받았다. 3년 6개월을 통틀어 회의가 단연 많이 열렸던 해가 2023년으로 16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했다. △켐코 유상증자 참여(4월) △에스엠랩 유증 참여(9월) △지점 설치(11월) 등 단일 안건을 처리하는 이사회가 열렸던 영향이 작용했다. 같은 해 심의하거나 보고받은 의안 역시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금까지 열린 회의들은 모두 '임시' 이사회로 분류됐다. 영풍은 올 5월에 공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정관과 이사회 운영규정에 따라 필요시 의장의 소집을 통해 3일 전 소집통지서를 발송해 수시로 개최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이사회 안건에 대해 신중하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7일 전에 사전 통지해 각 이사들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영풍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반대표를 행사한 이사는 전혀 없었다. 이사진이 회의에 불참한 내역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2022년 2월 당시 사내이사를 지낸 이강인 전 대표가 연간 재무제표와 부속명세서를 승인하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례가 유일했다.


고려아연은 2021년부터 올 6월까지 53회에 걸쳐 이사회를 열었는데 이사회 규정 제6조에 맞춰 정기 이사회를 매년 4회 이상 개최했다. 같은 기간 의안 123건이 상정됐는데 승인사항 101건과 보고사항 22건으로 분류됐다. 2022년에 가장 활발하게 이사회를 소집했는데 총 22회에 걸쳐 38건을 보고·의결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전략을 추진하며 호주 선메탈, 미국 페달포인트, 이그니오 등을 겨냥한 투자 건이 집중됐던 배경과 맞닿아 있다.

상정 의안을 구성원들에게 미리 안내하는 기간은 영풍의 7일과 견줘 상당히 짧은 편이다. 2023년도 고려아연 지배구조 보고서에 적시된 평균 안건통지 기간을 살피면 정기이사회는 1일, 임시이사회는 2일에 그쳤다. 고려아연 측은 보고서를 통해 "이사회 운영규정 제8조에 따라 늦어도 1일 전까지 각 이사에 대해 통지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 법령 개정사항이 있으면 지체없이 반영해 이사회 운영규정 개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기술했다.


◇고려아연 일부 사외이사, 3년여 동안 15회 '결석'

고려아연 현직 이사진 가운데 2021년부터 2024년 6월까지 회의에 1회 이상 불참한 인물은 사내이사 최윤범 회장과 기타비상무이사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해 사외이사 김보영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이민호 전 환경부 정책실장 등 5명으로 나타났다. 전·현직 이사회 구성원을 통틀어 김보영 사외이사의 회의 불참이 가장 잦았는데 △2021년 3회 △2022년 10회 △2023년 2회 등 15차례 참여하지 않았다.

장형진 고문은 2022년 7월과 9월에 잇달아 집행이사 선임을 승인하는 이사회가 소집됐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2023년 8월 말에 개최된 회의에도 불참했는데 고순도 니켈 제련사업 투자계획, 현대차그룹 해외법인 'HMG글로벌'의 고려아연 신주 인수계약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 승인 여부를 둘러싼 표결이 예정돼 있었다. 이때 참석하지 않은 대목을 놓고 장 고문이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대두됐다.


개별 이사들의 의사결정 내역을 살피면 장형진 고문의 표결 사례에 단연 관심이 쏠린다. 유일하게 반대와 기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올 2월 이사회에서 이익배당 실시 건과 정관 일부 변경 사안에 반대표를 던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고려아연은 결산배당으로 주당 5000원 지급을 염두에 뒀으나 장 고문을 위시한 영풍 측은 주당 1만원 배당을 요구했다. 제3자배정 유증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합작법인에서 국내 회사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 역시 기업가치와 일반주주 이익 침해 여지가 짙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올 5월에도 장 고문은 자기주식 신규 취득 승인을 다룬 표결에서 비토를 행사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탁계약을 맺고 1500억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이는데 방점을 찍은 안건이었다. 자기주식을 소각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고 임·직원 보상 수단으로도 활용하는 목적이 명시됐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을 벗어나 종로구 그랑서울로 본점을 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안에 대해 장 고문은 기권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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