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그룹별 회사채 발행, 한화 '적극' 롯데 '주춤'SK·삼성·포스코 대기업 조달 러시…미국 대선 전에 조달수요 지속 전망
손현지 기자공개 2024-10-10 07:40:37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7일 15:4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들의 발행 수요 속에 3분기 회사채 시장은 북적였다. 채권금리 하락과 유동성 호황 속 회사채에 소극적이던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상반기 뜸했던 포스코 그룹 등도 적극적으로 조달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은 발행량을 기록하며 누적 순위 상위권에 올라섰다.다만 롯데그룹은 주춤한 모습이다. 대기업집단 중 몇 안되는 전년대비 발행액이 줄어든 이슈어로 파악됐다. 최근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자 공모채 시장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평가다.
◇존재감 드러낸 한화 보험사,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러시'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부채자본시장(DCM)에서 대기업그룹의 회사채(SB)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한화그룹이 1조6940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전년동기(8600억원)에 비해 두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해당 분기 발행 회사채 중에서 총 10.38% 비중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분기별 1위를 차지해오던 SK그룹도 제쳤다. SK그룹은 상반기 회사채 발행 1위 이슈어그룹이었지만, 3분기에는 9600억원 어치 회사채를 발행하며 전체의 5.88% 비중, 6위를 기록했다. 메리츠금융과 신한금융은 2~3위에 차례로 올랐으며, 4위는 포스코그룹, 5위는 삼성이 차지했다. 1위부터 5위 그룹사들의 경우 1조원 넘는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그룹의 경우 지주사와 금융사 중심으로 발행 행렬이 이어졌다. 한화생명은 7월과 9월 총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신종자본증권을 조달했으며 8월엔 한화손해보험 3500억원 가량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주사인 ㈜한화는 지난달 244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1.62대 1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표적 빅이슈어인 포스코그룹도 적극적 조달에 나섰다. 상반기 유일하게 발행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자금조달 수요가 있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발행에 나섰다. 포스코퓨처엠이 6000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3000억원, 삼척블루파워가 1500억원 어치를 찍었다. 신용도가 AA급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경우 3년물 발행에 8.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달성했다.
특히 삼성그룹의 회사채 시장 복귀전도 눈에 띈다. 그간 내부 '무차입' 기조 따라 회사채 발행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지만, 하반기는 달랐다. 삼성물산(5000억원)이 2년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해 기관들로부터 역대급 인기를 누렸으며 그 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달 4000억원 회사채 완판에 성공했다. DCM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회사채 복귀 가능성도 점쳐진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한동안 그룹 내부적으로 증권신고서에 이재용 회장 언급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조였다"며 "하지만 최근 계열사들마다 대규모 투자를 위해 외부 자금 조달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외부 조달보단 자산 매각 방점
다만 롯데그룹의 경우 3분기 DCM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해당 분기 발행량은 3900억원에 그쳤다. 전년동기(6850억원)에 비해 2950억원 가량 줄어든 수치다. 롯데건설과 롯데리츠 등 부동산PF 우려감이 큰 계열사들만 조달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최근 계열사들마다 실적 부진이 심화되면서 공모채 조달에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이달 발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난해 대비 시장 내 입지는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이 달려있어 기관들의 우려감이 크다. 향후 추가적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될 경우 등급이 현재 AA-에서 A+로 강등될 수 있다. 이외에 화학과 유통 등 주력 산업들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채권시장에서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채 조달 보다는 자산 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분위기"라면서 "롯데케미칼도 대형 자산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일부 사업부 매각, 부동산 유동화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SK그룹이 압도적인 발행량을 기록하고 있다. 올들어 6조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작년에 이어 1위 이슈어그룹으로 등재됐다. 2위인 LG그룹(4조2700억원)과 비교해도 2조원 가량 많은 숫자다.
한화그룹의 경우 1~3분기 총 3조9740억원 가량 회사채를 발행하며 3위로 선전했다. 방산과 에너지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DCM에서의 존재감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초까진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행렬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연초효과까지 이어지면서 기관들의 넉넉한 자금유입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을 감안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있어 당분간 발행 시장은 활황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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