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4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 증권가가 주시하는 포인트는 사뭇 다르다. 쌍방의 명분 대립과 얽혀있는 스토리보다 막대한 '쩐'의 출처, 즉 자금줄의 주체가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NH투자증권이다. MBK파트너스가 최현범 회장측에 대항해 공개매수가를 끌어올린 건 막강한 자금 창구를 쥐고 있는 덕분이다. NH증권은 대출확약서(LOC)를 넘어 1조5000억원을 단번에 계좌에 넣는 현금 동원력, 조단위 거금을 단 1건의 이벤트에 쏟는 게 가능한 내부 시스템으로 확실하게 인상을 남기고 있다. 대형 경쟁사마저 대단하다는 선망 어린 코멘트를 내놓는다.
다만 이번 브릿지론으로 NH증권이 떠안는 건 대규모 이자수익이 전부가 아니다. 물론 9개월만에 700억원(최대치 가정)에 육박한 거액을 쥐는 건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성과다. 하지만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결과일지라도 급부를 손에 넣으면 반대급구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최근 IB업계에서 흘러나오는 흥미로운 얘기 가운데 몇몇 지주사의 전략 회의 소집령이 있다. 고려아연 사례를 본격적으로 스터디하면서 자사가 공격을 받을 경우 대응책을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에 MBK측이 끌어모은 공개매수자금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재원으로 증권사 1곳에서 모은 자금만 약 1조6000억원이다. SK㈜마저도 최태원 회장측 특수관계인의 지분가치가 2조8000억원에 못 미친다.
오너 기업인 입장에서 앞으로 NH증권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할까. 경영권을 빼앗겠다는 의도를 지닌 채 공개매수의 전략을 짠 건 분명 인수 주체인 사모펀드 운용사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의 룰에서는 무엇보다 자금력이 중요해졌다. 이제 인수 세력을 뒷받침하는 자금줄을 향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을 것이다.
NH증권을 비롯한 IB 대형사는 국내 주요 그룹과 계열사의 든든한 조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자금난에 빠졌을 때 조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이랬던 우군이 한순간에 돌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싹트기 시작할 수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고려아연 분쟁이 어떤 오너 일가에도 유쾌하지 않은 뉴스인 건 분명하다.
지금까지 NH증권은 MBK와 영풍측의 편을 든다는 뉘앙스를 남기지 않았다. 자금조달은 자본시장에서 공개매수 진행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고 이에 수반되는 플랫폼을 단순 제공해 왔다는 포지셔닝에 힘을 실어왔다. 하지만 이번 쩐의 전쟁에서 가장 큰 뒷배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영리법인의 수익 추구에 왜 변(辯)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IB가 마음까지 동하는 스킨십을 추구한다면 미리 답안을 준비하는 게 현명한 처사다.
신뢰를 쌓는 건 오랜 과업이었다. 이들 기업이 그릇된 피아식별에 나서지 않게 다잡아야 하는 시점이다. 적군과 함께 서늘한 레터를 보낼 수 있다는 프레임이 어느 순간 씌워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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