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고려아연 유상증자 강수, 영풍·MBK 당혹 속 대책 마련주가 108만, 곧바로 하한가…강성두 영풍 사장 "투자자 보호 조치 우선 생각"
이호준 기자공개 2024-10-31 09:18:57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13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예상치 못한 일격이었다.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 이후 이사회 재구성과 표 대결, 그리고 장내 지분 매입 등을 주요 전략으로 굳혀 온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으로서는 큰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려아연이 선의의 소액주주와 기관 투자자들의 반발까지 무릅쓰고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한 수를 둔 셈이기 때문이다. 영풍·MBK 연합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가능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황당하지만 대응 방안을 빠르게 마련 중"이라며 "선의의 투자자 보호 조치를 우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면 일반공모증자라도 막아야 하는데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1주당 67만원에 보통주 373만2650주를 유상증자하겠다고 결정했다. 채무상환자금 2조3000억원, 시설자금 1350억원 등 총 2조5000억원 규모로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 수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대상 자기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수의 20%에 해당한다.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의 지분 격차가 3%포인트에 불과한 만큼 신주를 우군으로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측은 "우선 이번 총 모집주식 중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며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간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이후 결정적 행보를 예측하는 건 업계에서도 어려운 일로 평가됐다. 영풍·MBK 연합이 지난 28일 오후 고려아연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하고 자사 측 이사 선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사회 표 대결이나 보유 자사주를 활용한 의결권 회복이 경영권 분쟁 후반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카드로 보였다.
때문에 이런 선택을 넘어 유상증자까지 단행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특히 유상증자가 단행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 비율이 줄어들어 기관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금처럼 경영권 분쟁이 과열된 상황에서는 거래량이 적고 작은 이슈에도 주가 변동성이 커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볼 우려도 상존한다.
영풍·MBK 연합이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우호지분은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으로 구성돼 35.4%에 이르지만 확실한 지지를 표명한 곳은 한화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가 이들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아연 스스로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유상증자가 예상치 못한 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트라피구라 등 최 회장 측 우군이 방한해 지지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이들이 이번 일반공모에 참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유상증자는 자본시장법 제3조에 따라 한 청약자가 3%를 초과 청약할 수 없도록 물량이 제한된다. 영풍·MBK 연합이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단 얘기다.
영풍·MBK는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강성두 사장이 선의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 등을 언급하며 가처분 신청까지 시사했지만 실제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13인 중 12인이 최 회장 측 인사로 구성된 만큼 이사회 결의 요건도 충분히 갖췄기 때문이다.
MBK 측은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모두 취할 것"이라며 "스스로 기간산업, 국민기업이라 자처해온 고려아연이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자신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공시 이후 빠르게 하락해 오후 12시쯤 장중 하한가(108만1000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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