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13: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686년에 영국 캔터베리 출신 에드워드 로이드(1648–1713)가 문을 열었던 커피집(Lloyd's Coffee House)은 런던의 그레이트 타워스트리트에 있었다. 당시 비즈니스는 근처의 로열 익스체인지(Royal Exchange)에서 이루어졌지만 상인, 선장, 선주들은 로이드의 커피집에 모여서 용선이나 무역, 보험 등등에 관련된 정보를 주고 받았다. 여기서 로이드의 이름을 붙인 보험이 탄생하게 된다. 즉, 로이즈라는 상호는 로이드 패밀리가 아니라 로이즈에 모였던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그 시대 런던에는 80개가 넘는 커피집이 있었다. 사업가들뿐 아니라 시인과 철학자들도 커피집에 모여 밤늦게까지 교류했다. 런던은 배와 금융 두 가지로 굴러가는 도시였다. 커피집들은 말하자면 문화적 터치를 가미한 글로벌 비즈니스 정보 허브이기도 했다. 전 유럽의 항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거기서 다 알 수 있었다.
1691년에 로이즈 커피집은 북서 방향 몇 블록 떨어진 롬바드스트리트(Lombard Street) 16번지로 이전했다. 장사가 잘되어서 더 중심지이고 더 넓은 장소로 업그레이드했던 것 같다. 외국에서 도착한 화물의 경매도 이루어졌다. 로이드가 런던에서 존경받는 유명 인물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공직에는 나가지 못했다. 나중에 커피집을 뉴튼이라는 선임 웨이터에게 물려주었는데 유언 작성 이틀 후에 로이드의 딸과 결혼했고 얼마 후 로이드는 타계했다. 그때가 1713년이었고 로이드 커피집은 1785년까지 그 위치에 있었다. 파란색 기념 동판이 지금 14번지의 세인즈버리 슈퍼마켓 현관문 우측에 붙어 있다.
롬바드는 영국 금융사에 족적을 남긴 무수한 금융기관들의 발상지 비슷한 곳이다. 그다지 길지도 않다. 260미터 정도다.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비견된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약 800미터이므로 롬바드는 그 1/3 규모다. 1952년에 한 미국 언론인이 “세계의 금융 수도는 롬바드에서 월스트리트로 교체되고 있다”고 한 적도 있다.
1540년에 영국 의회는 법률을 제정해 선주들은 항해에 관한 모든 공지를 롬바드에 게시하도록 했다. 1797년부터 1821년까지 은행권을 금으로 교환하는 제도가 폐지되었을 때 수표 결제를 위해 은행 직원들이 다른 은행들을 돌아다니다가 진력이 나서 롬바드에 있는 한 선술집(Five Bells)을 정해 거기서 수표 청산을 시작했다. 청산결제의 발상지이기도 한 셈이다.
롬바드라는 명칭은 이탈리아 중부 롬바르디 지방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런던의 롬바드에 그 지방 출신 금융업자들이 다수 정착했다. 거리에 조그만 목재 벤치(Banc)를 놓고 금융업을 했다. 1980년대까지 영국의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본점을 롬바드에 두었다. 바클리은행의 옛 본점 건물은 54번지, 71번지에는 로이즈은행 본점이 있었다. 17세기에 창립된 영국 중앙우체국도 롬바드에서 출범했다. 길가에 빅토리아 시대 빨간색 우체통이 아직 남아있다.
로이즈는 보험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에 종합 금융회사로 발전했다. 그래서 지금은 보험, 금융그룹, 선급 세 분야로 나뉘어져 있고 세 분야는 각기의 지배구조와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룹 개념이 아니다. 특히 로이즈 금융그룹은 미국과 영국의 유명 금융그룹들과 견줄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 자체 보험사도 거느리고 있어서 로이즈 보험과 혼동되기도 한다.
롬바드의 로이즈 커피집이 있던 자리 바로 건너편에 콜힐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이 하나 있는데 체인지 앨리(Change Alley)다. 시장인 로열 익스체인지와 롬바드를 이어주는 아주 요긴한 지름길이다. 특히 옛날에는 롬바드에 우체국이 있었기 때문에 로열 익스체인지의 상인들이 애용했다고 한다. 이 골목에 조나단 커피집(Jonathan's Coffee-House)이 있었다. 그 자리에 로이즈 경우와 마찬가지로 파란색 동판이 붙어 있다.
그 건물은 1748년 화재로 소실되고 다시 지어졌는데 1761년에 150인의 증권인들이 조나단 커피집에서 증권거래 단체를 결성했다. 1773년에 스위팅 앨리에 자기들 건물을 지어서 이사했고 뉴 조나단이라고 했다가 증권거래소로 이름을 바꾸어 1801년 공식 출범했다. 오늘날의 런던증권거래소다. 체인지 앨리에 있는 동판에 따르면 원래의 커피집은 1778년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영국 금융사에서 헛갈리는 대목이 여기다. 로열 익스체인지가 이름과 달리 증권거래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1571년에 세워졌는데 원래는 시장과 증권거래소를 겸했다. 그런데 증권브로커들이 그다지 모범적인 사람들이 아니어서 말썽이 많았고 왕실에서는 100명으로 거래인 자격을 규제해 버렸다. 그러자 쫓겨난 브로커들과 자발적으로 이탈한 브로커들이 바로 옆의 조나단 커피집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체인지 앨리를 익스체인지 앨리로 부르기도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영란은행이 내려다 보고 아홉 개의 거리가 교차하는 뱅크 정션에서 남동쪽으로 킹윌리엄을 따라 몇 걸음 내려가다가 임프린트교회 앞에서 왼쪽으로 롬바드에 접어든다. 교회 우측으로 스타벅스 싸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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