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미래에셋 달라진 접근법…뎁은 'no' 에쿼티는 'ok'SK온 기초자산 PRS, 5000억 투입…신종자본증권 인수는 '손사래'
양정우 기자공개 2024-11-19 13:48:4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5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의 대규모 신주발행에 미래에셋증권이 뛰어들면서 IB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SK온과 한화솔루션 등이 연달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엔 인수를 지양하는 스탠스를 고수해왔기 때문이다.하우스 내부에서는 기업금융에서도 뎁(Debt)보다는 에쿼티(Equity)와 유관한 딜에 더 힘을 실으라는 주문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통적 회사채 인수에 공을 들이기보다 메자닌이나 주식 기반 딜에 직접 투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키우는 게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SK온 주식 PRS, 미래에셋 대규모 투자…신종자본증권 인수엔 보수적
SK온은 최근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신주발행에 나서 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신주 발행 수는 901만5667주(보통주)이며 발행가액은 주당 5만5459원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제3자 배정 대상자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엠에스에너지제일차, 엠에스에너지제이차, 엠에스에너지제삼차 등 3곳이다. 다만 서류상 계약 상대방일 뿐 PRS를 통해 실질적으로 인수한 주체는 미래에셋증권이다. 결국 SK이노베이션과 미래에셋증권이 SK온의 신주를 기초자산으로 PRS를 체결한 구조다.
PRS는 정산시기에 기초자산인 주식의 가치가 계약 당시보다 높으면 그 차액을 자금 조달 기업이 가져가고, 그 반대의 경우엔 조달기업이 손실금액을 투자자에 보전해주는 파생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자 IB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간 자체 북(book)을 통해 기업금융 사업을 벌이는 데 리스크 파트에서 보수적 시각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SK온은 지난달 이미 한차례 유증에 나서 1조원을 조달했었다. 이 때 참여한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의 투자 볼륨을 고려해도 미래에셋증권은 이례적 베팅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들어 조달 니즈가 큰 대기업마다 신종자본증권을 줄줄이 발행했다. SK온과 한화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발행사가 대규모로 영구채 발행을 시도한 건 단연 증권사를 비롯한 투자 수요가 뒷받침된 덕이다. 북의 소모가 뒤따르지만 동일 이슈어의 회사채보다 높은 이자율이 책정되기에 준수한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대기업 영구채의 릴레이 발행에 좀처럼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한화솔루션 딜의 경우 발행사측과 긴밀한 접촉을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내부 사정에 따라 결국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보수적 스탠스가 굳건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PRS 계약에서는 가장 큰 규모인 5000억원을 투입하는 강수를 둔 셈이다.
◇에쿼티 기반 딜 선호 '자기 색깔'…뎁보다 에쿼티 중시 '뚜렷'
이런 미래에셋증권의 행보를 놓고 IB업계에서는 하우스가 가진 기업금융의 지향점이 드러난 것으로 판단한다. 국내 증권사의 전통적 사업 모델이라면 단연 회사채 인수를 최우선시하지만 에쿼티가 기반인 딜에 직접 뛰어드는 방식으로 자기 색깔을 내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 고위 임원은 "박현주 회장은 늘상 뎁보다 에쿼티를 중시하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며 "무엇보다 에쿼티의 경우 예상과 달리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투자 단가를 낮추거나 향후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SK온의 신종자본증권엔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PRS를 통해 주식엔 투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조달 파트너라는 측면에서 달라진 접근법을 보이는 건 하이브의 전환사채(CB)에 대한 공격적 투자에서도 엿보인다. CB는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미래에셋증권은 하이브의 3회차 CB 발행을 주관한 이력을 발판으로 삼아 최근 4회차 CB 발행 주관 자격까지 확보했다.
통상적으로 국내 증권사는 메지닌 발행시 이슈어와 운용사의 접점 역할만 소화한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3회차 CB 딜에서 고유자금으로 1500억원을 투입했다. 4회차에서도 3900억원을 전액 자기자본(PI)으로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셀다운(재매각)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앞으로 메자닌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게 IB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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