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컴퍼니 장비 국산화 40년]“백투더 베이직, 다운사이클 없는 포트폴리오 구축”김준구 미래컴퍼니 대표 "5년내 3개 제품군 글로벌 넘버원"
성상우 기자공개 2024-11-19 08:30:07
[편집자주]
미래컴퍼니가 올해로 창업 40주년을 맞이했다. 수시로 요동치는 전방산업 트렌드와 업황 사이클 부침에도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 노력 덕분이었다. '엣지 그라인더'를 최초로 국산화하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긴 시간 내공을 쌓은 미래컴퍼니가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신성장 동력을 예고했다. 더벨이 미래컴퍼니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같은 장비회사는 전방산업에 끌려가기 시작하면 이도저도 안 된다. 좋은 제품 만들려면 R&D를 해야 하는데 이때 단기 성과만 추구하면 R&D 기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제품 완성도도 떨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기에 집중하면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꾸준히 R&D하면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김준구 미래컴퍼니 대표(사진)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거창한 선언적 문구보단 “우리가 잘하는 것에 계속 집중하자”는 단순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엄중한 주문을 던졌다.
‘미래컴퍼니가 잘하는 것’은 꾸준히 새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것이다. 선대 경영자인 김종인 창업주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세월이 대부분 R&D의 시간이었다. 신제품을 만들어내고 업황 쇠퇴를 이겨내는 사이클을 반복하다보니 40년이 흘렀다.
지금의 미래컴퍼니를 있게 한 ‘엣지 그라인더(Edge Grinder)’와 ‘이형 그라인더’가 이를 입증하는 대표 제품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디스플레이 레이저 가공장비군에 이어 지난해부터 매출이 본격화된 ‘웨이퍼 가공장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 더벨과 만난 김 대표는 “전방산업에 의존적인 비즈니스 구조다보니 그 동안은 업황 침체와 맞물려 사이클을 타면서 전체 매출이 부침을 겪기도 했다”면서 “다운사이클에 따른 매출 감소를 미티게이션(완화)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다운사이클 헷징에 집중하는 배경은 미래컴퍼니의 성장 히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이뤄져 온 미래컴퍼니의 제품 개발 역사 자체가 전방산업 다운사이클에 대응하고 신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최초로 국산화한 엣지 그라인더는 IMF때 LG반도체가 팔리면서 LG그룹이 새롭게 집중하는 디스플레이 사업 밸류체인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제품”이라며 “당시 일본 회사 몇 곳이 독점하고 있던 그라인더 장비 시장을 우리가 주도하게 된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 후 디스플레이 업계의 패널 단가 하락 등으로 다운턴이 왔고 계속 새 혁신 제품을 만들어내야 했다”면서 “2010년초 애플을 주도로 다양한 디자인의 기기가 등장하면서 곡면 패널이 필요했고 여기에 대응하면서 우리가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게 이형 그라인더”라고 덧붙였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김 대표의 머릿속을 차지하는 생각도 창업 초기 선대 창업주의 고민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어떻게 하면 전방산업 다운사이클의 데미지를 받지 않고 지속 성장을 이룰 것인가'다.
사실 김 대표는 미래컴퍼니에 처음 입사한 2014년부터 이 고민을 했다. 신사업인 수술 로봇 개발과 ToF 센서, 반도체 메인공정 장비, 전고체 배터리 장비 사업에 속도를 낸 게 당시 김 대표 결정이었다. 공식적으로 대표이사직을 맡은 2020년 이후에도 신사업 아이템 ‘옥석 고르기’를 강도 높게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전방 산업 사이클 영향을 받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지에 전념했다.
김 대표의 ‘새로운 40년’ 구상은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야심차게 준비해 온 신사업 비즈니스들이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존재감을 내고 있다. 장비사업에선 반도체 웨이퍼 가공장비군과 전고체 배터리 제조장비가 있다. 수술로봇 ‘레보아이’와 전고체 배터리 장비, ToF 3D 센서 사업도 기대되는 신사업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현재까지 미래컴퍼니의 주력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 시장의 다운사이클에 영향 받지 않는 포트폴리오가 갖춰진다.
김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 장비는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다른 곳은 아무도 안하고 있는 블루오션이었다. 장비 사업에서 업력이 있는 만큼 우리가 가장 먼저 국책과제를 시작했는데 국내 대형 셀메이커 3사 중 한 곳이 여기에 수요 기업으로 들어와 있다”면서 “액체 전해질이 고체로 전환되면서 중간 공정이 크게 바뀌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장비를 개발 중이다. 올해가 국책과제 마지막 연도인데 시작 당시 목표로 했던 성과들을 모두 달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수술 로봇에 대해서도 그는 “국내에서의 레퍼런스 확보와 해외 시장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고 해외에서 레보아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북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중남미와 CIS 국가 등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빠르게 선점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ToF 센서는 최근에 와서야 우리가 기다렸던 시장이 좀 열리는 분위기”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우리 신제품 ‘큐브아이’를 탑재하고 트렉 레코드를 쌓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전방산업 침체에 대처하는 개인적 경영 철학도 언급했다. 그는 “다운턴의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 시기엔 고객사들도 공정 개선이나 효율화를 추구하게 되는데 이때 협력사들에게 그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지 등을 의뢰하고 과제를 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때 중요한 건 기술적으로 받아먹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 “미리 새 시장을 준비하면서 해당 과제들을 신사업으로 확보할 경우 다운사이클을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신사업들이 본 궤도에 오르고 전방산업 다운사이클에 영향 받지 않는 포트폴리오가 구축되는 시점을 ‘5년 내’로 못 박았다. 그는 “최근 얘기한 게 ‘5·3·1 플랜’인데 5년 안에 3개의 제품군에서 글로벌 넘버원을 차지하자는 것”이라며 “이게 완성될 경우 업황 사이클 미티게이션이 이뤄지면서 미래컴퍼니가 장기 우상향으로 가는 발판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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