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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온 가상자산의 시간]미국 코인 기업, 규제 막히자 대선판 움직였다①블록체인 지지 슈퍼팩 자금 쏠려…미 SEC 규제 완화 기대

노윤주 기자공개 2024-11-25 13:07:08

[편집자주]

늘 간절한 쪽이 공격적이기 마련이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리플,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기업은 기업 명운을 걸고 우호적인 공약을 내건 트럼프 당선인에게 베팅했다. 결과는 잭팟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 가격 변동만 볼 게 아니다. 단순 시세 변동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에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 전망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기회 요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09: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미국 대선 키플레이어는 가상자산 기업들이었다. 십수조원 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미 대선 과정에서는 각 정당으로 수많은 후원 자금이 몰려든다. 기업은 속해 있는 산업군에 따라 유리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 혹은 정당을 후원을 통해 지지한다.

가상자산 기업들은 일찍부터 비트코인 육성 의지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다. 연방선거 전체 기업 후원금 중 가상자산 업계가 낸 돈이 과반에 가까운 규모를 차지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 후 업계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곳은 리플과 코인베이스다. 기부 내역을 살펴본 결과 이 두 기업이 업계 판세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업과 창업자 모두 돈을 쏟아부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반전을 기다리고 있다.

◇페어셰이크, 가상자산 육성 공약 약했던 민주당 '반대'

미국 대선에서는 '슈퍼팩'이 큰 역할을 한다. 우리말로 '특별정치활동위원회'다. 특정 정당, 후보, 정책 등을 지지하기 위해 만든 민간단체다. 한도 없이 합법적으로 무제한 자금 모집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페어셰이크 슈퍼팩은 올해 미 대선에서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이들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아닌 가상자산 육성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슈퍼팩이다. 일각에서는 페어셰이크가 이번 대선 슈퍼팩 중 가장 부유했다고 봤다.


무당파 슈퍼팩이지만 뜯어보면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에 유리한 활동을 했다.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페어셰이크는 연방선고 광고에 4069만8600달러(약 567억2570만원)을 썼다. 민주당 광고에는 195억원 가량을 집행했다. 반대로 공화당을 위해 쓴 돈은 183억원에 불과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친 민주당 슈퍼팩 같지만 페어셰이크는 민주당 반대 캠페인에도 190억원을 사용했다. 공화당 반대 캠페인은 하지 않았다. 네거티브 광고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만큼 페어셰이크는 사실상 공화당을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리플랩스·코인베이스, 반SEC 기업 '정치자금 큰손' 됐다

누가 폐어셰이크 큰손을 자처했는지 살펴봤다. 슈퍼팩은 무제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대신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단돈 5달러(약 6900원) 짜리 기부건 까지도 모두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기부를 주도한 건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였다.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코인베이스는 기업 명의로 총 7050만달러(약 980억원)를 페어셰이크에 기부했다. 이 중 3분의 2 가량인 5000만달러가 올해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집중적으로 집행됐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도 100만달러(약 14억원)를 개인 자격으로 기부했다. 제시 폴락 베이스 책임자와 저스틴 리 엔지니어 등 임직원들도 소규모로 동참했다.

리플랩스도 4500만달러(약 585억원) 규모의 후원을 단행했다. 2023년 12월 2000만달러, 2024년 5월 2500만달러를 각각 기부했다. SEC와 장기 소송 과정 중 대규모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점에서 그 목적을 가늠케 한다.

주요 벤처캐피탈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안드레센호로위츠(a16z)의 마크 안드레센, 벤 호로위츠 공동창업자는 각각 700만달러씩 총 1400만달러(약 182억원)를 기부했다. a16z는 미국 유명 VC로 산하에 웹3 기업에게만 투자하는 'a16z 크립토' 부문을 두고 있기고 하다.

또 스테이블 코인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인 써클이 100만달러(약 13억원)를 후원했고 제미니 공동창업자인 타일러·카메론 윙클보스 형제가 각각 5만달러(약 6500만원)를 개인 자격으로 기부했다

◇미 코인 기업 대선 수혜 예상…국내외서도 예의주시

가장 수혜를 받을 곳은 리플랩스로 보인다. 리플랩스는 가상자산 리플(XRP)을 발행하면서 SEC와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소송을 이어왔다. SEC는 2020년 XRP가 증권이라고 판단했고 이를 ICO로 판매한 리플랩스는 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가상자산 회의론자인 개리 겐슬러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SEC의 입장은 더욱 공고해졌다.

트럼프의 공약은 겐슬러 해임이다. 대통령 취임 첫날 해임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이에 최근에는 겐슬러가 "영광이었다"는 발언을 하며 자진 사임을 암시했다. 그러자 리플랩스는 곧바로 미뤘던 IPO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리플 코인 가격도 트럼프 당선 전 700원에서 20일 기준 1500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리플랩스 데이비드 슈워츠 CTO(좌),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우)

코인베이스는 두 가치 측면에서 이익을 기다리고 있다. SEC 규제로 다수의 소송을 진행했었다. 특히 SEC는 코인베이스가 증권으로 해석되는 코인을 상장했다며 증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해 왔다. 리플과 마찬가지로 증권성 이슈가 해결되면서 정상적인 거래소 운영을 기대 중이다.

또 하나는 시장 성장에 따른 거래소 거래량 증가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수익 모델은 거래수수료다. 여기에 더해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 현물 ETF 수탁사 역할도 맡고 있다. 기관 수요에 맞춰 수익도 늘어날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미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중동, 싱가포르 등으로 떠났던 국내 가상자산 기업들이 미국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미국서 정책, 규제가 마련된다면 우리 규제당국에서도 이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기에 거래소, 전통금융 기업들도 눈여겨 보고 있다.

코빗리서치는 트럼프 취임 이후 시장 변화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 윤곽은 내년 말쯤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서 코빗리서치는 "여건은 우호적일 것"이라며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헀지만 포괄적인 가상자산 입법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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