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22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공모주 투자는 연전연승을 거듭했다. 밴드 상단보다 훌쩍 높은 가격에 발행이 이뤄져도 상장일 주가가 치솟다 보니 손해를 보는 일이 드물었다. 일주일만에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태반이어도 청약 경쟁률은 치솟았던 이유다.이런 세태가 실제 기업가치를 반영했던 것은 아니다. 유통 물량은 적고 가격 변동 폭은 크다 보니 단타 세력의 수급이 몰린 탓이 더 크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들 역시 이를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밴드 상단 초과(상초) 가격을 써내며 배정 경쟁을 벌였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모주 호황기에 웃지 못했던 것은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이다. 공모가 고평가의 ‘주범’이라는 비판과 함께 때론 하는 일이 없다는 눈총도 맞았다. 배정 물량에 대한 불만도 만만찮게 들어야 했다.
‘상초’ 일색의 시장은 사실 주관사들에게도 곤혹스러운 현상이다. 모든 기업이 밴드 이상으로 상장한다는 것은 발행사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발행사 입장에선 특히 그렇다.
증권사들이 일부러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을 할 유인은 없을까. 상장 전 이뤄진 시리즈 라운드 등이 상장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주관사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공모가 밴드를 높였다는 해석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주관사 역시 상장 전 지분투자나 의무인수 규정 등을 통해 발행사 주식을 보유한다. 단 미확약 물량을 상장일 매도할 수 있는 기관이나 일반 청약자와 달리 보호예수가 설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론 상장 후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한다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공모주 투심은 연말 들어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상황이 주관사의 역량을 보여주긴 좋은 기회다. 각 하우스별 네트워크를 이용해 모자란 투자 수요를 채우거나, 시장 흐름에 따라 적절한 가격에 물량을 배정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할 여지도 있다. 그런 사례가 축적되면 시장과 일반 투자자들의 믿음도 회복될 수 있다.
최근 만난 한 상장사 대표는 소회를 묻는 질문에 “주관사의 노력 덕분에 무사히 상장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담당자와 다투기도, 나아가선 주관사 교체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땐 함께 논의하며 해결할 수 있었다는 말도 남겼다. 악화된 공모주 투심이 주관사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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