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저성장·외환 변동성 갈림길…인하 택한 배경은 수출 성장률 급감, 내수 진작 통해 하방 압력 막아야…외환 변동성은 다른 수단으로 관리
김영은 기자공개 2024-11-29 12:26:56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깜짝 추가 인하에 나섰다. 당초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한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 엇갈린 결정이라 눈길을 끌었다. 저성장 우려와 외환시장 변동성 증대를 두고 금통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으나 결국 성장 하방 압력을 막는 데 무게를 뒀다.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국가 경쟁력 약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출 성장률 전망이 상당폭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로 수출 저해를 막을 수는 없으나 내수 진작 등을 통해 전체 경제성장률 하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하 4 VS 동결 2' 금통위원 의견 엇갈려…"성장 하방 막는 게 우선"
한은 금통위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현 수준인 3.25%에서 25b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월 금통위에 이어 두차례 연속 인하를 결정했다.
이번 인하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빗나간 깜짝 인하였다. 시장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한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안정 등 거시경제 정책 효과에 대한 관망이 필요한 데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일제히 제시했다. 앞서 더벨이 증권사 애널리스트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전문가 10명 전원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실제로 금통위 내부에서도 동결과 인하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에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4명의 금통위원이 인하 의견을 냈고 나머지 2명이 동결을 주장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0월 통방 이후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기준금리) 인하 또는 동결시 장단점이 각각 있어 어려운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경제 성장 전망과 외환시장의 상충되는 국면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앞서 2025년 성장률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하며 저성장 국면을 예고했다. 주요국과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반영되어 성장 하방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 반면 미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국내 외환시장과 물가 영향에도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은 금통위는 저성장 우려에 더 무게를 두며 인하를 택했다. 이 총재는 "여러 논의 끝에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해 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환율 변동성 확대 시에는 정부와 함께 다양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수출 저해 막을 수 없지만 내수 부양 효과 기대
이날 금통위 이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수출 등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은 주력 업종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여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가 수출 증대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가 금리 인하가 수출을 회복하는 것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출 성장률이 떨어지는 원인은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이 낮아졌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 정책이나 구조 개혁을 통해서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금리는 그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받쳐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수출 성장률에 주는 영향은 낮지만 내수 진작 등을 고려해 전체적인 성장 하방 압력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의 거시 모델에 의하면 기준금리를 25bp 이하로 낮출 경우 경제성장률을 0.07%포인트 가량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현재 금리 하락 추세에 있어 인하 속도와 폭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통화정책 외에도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한은은 올 12월 만료되는 국민연금과의 연금스와프 계약을 규모를 확대해 기간을 재연장하는 것을 논의 중에 있다.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이 커져서 환율이 연금 수준으로 올라가면 국민연금 스스로도 수익 고정을 위해 헤지 수요가 커질 수 있다"며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스와프 양을 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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