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 사각지대]시가평가 기반 담보대출 관심…금융권 정책변화 주시⑨ 2차시장 데이터 가공, 파생 비즈니스 가능성 확대
서은내 기자공개 2024-12-04 07:43:55
[편집자주]
미술품 물납제 시행, 미술품 담보대출 수요 등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감정 서비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미술품 감정은 미술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인프라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미술품 감정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업계의 오랜 난제로 되풀이되는 중이다. 때마침 감정 관련 법이 개정되며 정부가 감정체계 손질을 예고하고있다. 더벨은 현재 미술품 감정과 관련된 업권의 논쟁과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고 제도 변화의 방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품의 가치평가라고도 불리는 시가감정은 최근 다양한 비즈니스들과 맞물려 그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다. 자산가치 평가를 위한 가격 산정 서비스를 공급하는 모델부터 미술품 가격 데이터에 기반한 여러 파생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는 추세다. 또 금융권에서는 미술품을 금융 상품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이같은 시도는 모두 미술품 감정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뒷받침할만한 제도는 물론 미술품의 시장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때문에 관련 업계는 미술품 감정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과 규제, 특히 최근 미술진흥법 시행 등에 주시하는 분위기다.
◇ 미술품 담보대출, 가치평가 전문성·인프라 필수
미술품을 금융상품화한 대표적인 모델이 미술품 담보대출이다. 현재 국내에서 미술품을 기초로 대출을 해주는 곳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일부 대부업의 형태로만 진행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미술품 담보대출의 수요는 많은 반면 풀어나가야 할 규제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전 국내에서도 1, 2 금융권을 중심으로 미술품 담보대출이 시도되기도 했다. 당시 전문적인 가치평가가 쉽지 않았고 담보물 매각 등에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지금은 사라졌다. 과거 토마토, 미래 저축은행 등 저축은행에서 미술품 담보가 큰 문제로 불거진 후로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의 미술품 담보대출을 강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 관련 사업에 특히 깊이 참여해온 하나은행도 오래 전부터 미술품 담보대출에 관심을 보여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미술품 담보대출이 1금융권을 중심으로 보편화돼있다"며 "자산가들이 개인적으로만 소장해 음지에 있던 작품이 양지로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나아가 귀한 작품이 대중에게도 보여지는 등 선순환 효과를 갖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과 미술품을 연계할 때에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미술품을 금융상품화하기 위해선 작품의 공정가격이나 진품 여부에 대한 신뢰할 만한 시장의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라며 "미술진흥법 시행 같은 법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금융사에서 신탁, 대출 상품이 있으나 아직 초기단계"라고 말했다.
미술품 담보대출은 담보물인 작품의 정확한 가치평가가 필수다. 현재 미술업계에서는 국내 대표 경매사인 서울옥션,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사인 열매컴퍼니 등에서 대부업의 형태로 미술품 담보대출 비즈니스를 시행하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금융권을 대상으로 미술품 가치산정 모델을 공급하는 식의 비즈니스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거래가 많이 끊긴 지금의 시장상황에서 미술품 담보대출은 오히려 수익이 잘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담보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만 가능하다면 성장성이 충분한 영역인데 아직까지 대부분의 금융권에서는 미술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해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미술품 경매 데이터 활용 파생 비즈니스 모색
미술품 시가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들도 곳곳에서 사업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술품 경매 데이터를 활용한 파생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스타트업도 다수 등장했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아트프라이스 아트넷 등 미술품가격 분석 업체들이 글로벌 경매사들의 작품판매 가격을 집계해 이를 가공한 데이터 서비스를 수익화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문 감정기관을 중심으로 경매 등 시장 데이터에 기반한 미술품 가격 DB 구축이 진행됐다. 이를 통해 가격 데이터 서비스가 추진되기도 했다. 다만 아직 범용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한 미술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미 해외 업체들의 글로벌 가격지수 서비스가 상용화 돼있다보니 국내 데이터가 중심이 된 국내 업체들의 미술품 가격 데이터 서비스는 사실상 취약한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옥션은 내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가감정위원회를 출범했다. 25년 감정 경력의 윤옥영 상무가 총괄을 맡는다. 국내 근현대, 해외미술, 고미술 등 분야를 나눠 5명이 위원으로 겸직하는 구조다. 고객 대상 자산가치평가로 시작해 수익 모델로 안착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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