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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의장 돋보기]오너십 영향력에 따라 제각각…SK 거버넌스 '낭중지추'①상위 100개 기업 중 사내이사 의장 비율 59%, 소유분산 기업은 사외이사 선임

이돈섭 기자공개 2024-12-20 08:23:18

[편집자주]

이사회 의장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대표한다. 어떤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는지가 이사회 독립성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선임한 이사회 의장 면면은 다양하다.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이 있는가 하면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도 있다. 기업들은 이사회 의장을 어떻게 선임하고 그 의장은 이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있을까. 더벨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이사회 의장 면면을 분석, 재계의 트렌드와 각 기업의 이사회 특징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08: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기업의 이사회 의장은 누구일까. 시가총액 367조원 삼성전자부터 3조원대 현대건설까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의 이사회 의장 면면을 분석한 결과, 특정 오너십 영향력이 강한 기업의 경우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는 반면 소유 구조가 분산된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과 삼성그룹의 경우 특정 오너일가 지배력이 강한 기업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들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적극 기용하는 특이 사례도 관찰됐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오너십이 강한 기업에서 이사회 의장에 외부 인사를 선임한 것 자체가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는 데 입을 모았다.

◇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중 사내이사 이사회 의장 비율 59%

지난 9월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의 이사회 의장을 확인해 본 결과,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는 기업은 59곳이었다.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경우 상당수가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거나 오너일가 일원으로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사장 직책 이하의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은 경우는 없었다.

반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기업은 36곳이었으며 기타비상무이사가 의장직을 수행하는 경우는 5곳으로 집계됐다.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외 코스피 상장사 전체를 들여다보면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경우가 사외이사 혹은 기타비상무이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기업들은 대부분 특정 오너가 기업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곳들이 많았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정의선 회장은 직접 현대차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의장직도 수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서정진 회장과 그의 아들인 서진석 이사회 의장이 함께 이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CJ그룹의 경우 시총 상위 100개 리스트에 CJ㈜와 CJ제일제당이 올랐는데, 두 기업 이사회 의장은 모두 최대주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외숙부인 손경식 CJ 대표가 맡고 있다. 1939년생으로 올해 85세를 맞은 손 회장은 작년 한 해 두 기업의 이사회 출석률 평균 94.5%를 기록, 왕성한 활동력을 기록했다.

LG그룹의 경우는 지주사 임원이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관찰됐다. ㈜LG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직접 이사회를 이끌고 있지만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두 기업 모두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는 ㈜LG의 권봉석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LG의 하범종 사장도 LG생활건강 이사회의 의장이다.

◇SK·삼성 거버넌스 개선 노력…소유분산 기업 사외이사 기용

오너가의 지배를 받지만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도 있었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SK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최태원 회장이 자리 잡고 있어 지주사 임직원을 계열사 이사회로 진입시켜 경영에 개입하는 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시총 상위 100개 명단에 든 SK그룹 계열사는 모두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등 그룹 계열사뿐 아니라 최 회장 지배력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지주회사 SK㈜ 역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뽑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거버넌스 평가기관 관계자는 "오너 지배력을 피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 자체가 거버넌스 개선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의장이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을 가결시키거나 부결시키는 데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는 건 아니지만 기업의 의사결정 기구 수장직을 외부 인사에 맡기는 것 자체가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가 경영진과 오너십을 견제·감독하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선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계열사 상당수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뽑는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 9월 말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명단에는 삼성그룹의 12개 계열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 중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전기, 삼성카드, 삼성증권 7개 그룹 계열사들이 외부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었다.

이 밖에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기업 중에는 소유 형태가 분산된 곳들이 적지 않았다. KB금융과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다수 금융 지주회사를 비롯해 KT, KT&G, 한국가스공사, 강원랜드, 포스코홀딩스 등 국민연금이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정부부처 영향력이 강한 기업의 상당수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기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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