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성장 전략 대전환 선포 1년]신동빈 회장의 메시지, 행간에 담긴 그룹 방향성①'외형 확장→질적 성장' 경영 궤도 수정, 재무 안정화 신사업 균형 맞추기 추진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13 09:58:05
[편집자주]
2024년 1월 말,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CEO의 메시지는 기업의 생존과 도약에 있어 결정적이다. 신 회장의 발언 이후 그룹 내부에 긴장감이 돌았고 작년 말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은 전략 실행에 불을 붙였다. 더벨은 신 회장의 메시지 이후 숨 가빴던 롯데그룹의 1년간의 행보를 분석하고 향후 전략 방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8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재계 대부분의 총수는 신년사 등을 통해 공식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신년사는 단순한 발표가 아닌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조직의 결속력을 다지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리더의 방향성 제시가 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메시지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뿐 아니라 매년 두 차례 진행되는 VCM(옛 사장단 회의·Value Creation Meeting)을 통해 그룹의 중장기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초 외산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룹의 경영 궤도 수정을 공식화 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직접 부진 사업 매각 가능성을 제기한 신 회장의 선언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주문했던 '강력한 실행력'을 스스로 발휘하면서 반등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1년 간 신 회장 내놓은 공식적인 메시지를 살펴보면 강도의 차이가 있지만 키워드는 반복된다.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경쟁 열위 사업 정리와 구조조정 등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서 활용되는 수단 중 하나인 셈이다.
쇄신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말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되자 신 회장은 강도 높은 인사를 통해 재도약의 토대를 마련했다. 2025년 새해 벽두부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VCM 시기를 앞당겨 계열사 대표들과 사업 전략을 논의한다. 그룹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위기 해소를 위한 메시지를 또 한번 내놓으며 그룹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열위 사업 구조 효율화 '공식화', 핵심 '키워드' 반복 강조
지난해 1월 2일 신동빈 회장은 그룹 신년사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서 핵심 역량 고도화와 'AI트랜스포메이션' 등을 주문했다. 그룹의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을 강조했다.
총수로서 연초에 그룹 임직원을 독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1월 말 일본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간결하지만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신 회장은 "과거에는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장 등 주식상장, 편의점과 타사 주류사업 매수 등 M&A를 통해 사업을 확대했지만 지금은 방침을 바꿨다"며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자산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항간의 평가를 뒤집는 나름의 강력한 선언으로 읽혔다. 신 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쟁열위 사업 구조 효율화를 선포하면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시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이후 두 번의 VCM을 통해 내놓은 신 회장의 메시지의 방향성은 변함이 없었다. 기존사업 역량 강화 ·글로벌 확장·신사업·재무 안정화 등 4가지를 주문했고 그룹사는 실행에 옮겼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후 부진한 성과를 내는 계열사의 희망 퇴직 등을 진행했다.
핵심 사업 군으로 살펴보면 롯데쇼핑은 비핵심 점포를 정리하고 점포 리뉴얼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롯데케미칼은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사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고삐를 죘다. 이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활용했다.
하지만 자본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해 증권가 지라시발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되며 홍역을 치렀다. 롯데그룹은 재빨리 해명에 나섰지만 우려감이 쉽사리 가라앉지 못했다. 그룹 차원의 부동산과 가용 예금 등의 자산 규모(71조원)를 공개하고 계열사별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내놨다. 이후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 36%를 교체하는 등의 강수를 뒀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최근 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로 지목된 롯데케미칼의 2조원대 회사채 조기상환 리스크를 해소했다. 향후에도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재무 건정성 강화 방점, 상반기 VCM 조기 개최 통해 드러낸 쇄신 의지
그 어느때보다 바쁜 연말을 보낸 신 회장은 2025년 초 신년사를 통해 또 한번 쇄신을 주문했다. 풀어내는 방식은 달랐지만 지난해 전달했던 키워드와 방향성은 동일했다. 체질 개선을 통해 재도약 토대를 구축하고 그룹의 핵심 사업 경쟁력을 회복을 주문했다. 특히 이번 신년사는 재무 건전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 핵심이다. 연말에 몰아친 유동성 위기설이 남긴 상징적인 상흔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강도 높은 쇄신을 실행하는 차원에서 VCM을 통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더 빨리 모으기로 했다. VCM은 롯데지주 대표와 실장,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등과 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 상반기 VCM은 1월 9일 열린다. 지난해(2024년 1월 18일)보다 약 열흘 정도 앞당겨졌다.
그룹의 리스크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방안을 조기에 마련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신사업과 글로벌 확장에 대한 전략을 구체화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월 VCM에 공식적으로 참석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신유열 부사장의 이번 VCM 참석 여부도 관심사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 책임 미션을 안고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CES 2025 현장을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1월 13일~16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는 JP모건 헬스케어 2025 현장을 찾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VCM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공교롭게 앞당겨진 상황이다"며 "신유열 부사장이 VCM 참석 대상은 맞지만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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