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제주소주 매매가 기준점 '132.7억' 염가 매수로 성장 기회 확보, 지분 인수 후 작년 12월 흡수합병 추진
정유현 기자공개 2025-02-26 10:07:44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4일 13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신세계그룹과 오비맥주 간의 '제주소주' 지분 거래의 기준점이 공개됐다. 신세계그룹 측은 매각 추진을 위해 제주소주를 물적분할한 후 순자산 장부가를 책정했는데, 이 가격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협상에 따라 최종 매각가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양사의 협약에 따라 향후에도 최종 가격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신세계그룹 측은 손실을 감수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했고 오비맥주는 실속 있게 성장 동력을 확보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양측이 각자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거래로 평가받는다.
24일 이마트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자회사 신세계L&B는 2024년 8월 주류 제조를 담당하는 제주시 소재 소주 사업부문을 물적분할을 했다. 분할 당시에는 제주소주의 자본금 정보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순자산 장부가를 132억7000만원으로 평가했다. 장부가를 기준으로 한 달 후 오비맥주와 지분 거래에 나선 것이다.
양측은 협상을 통해 최종 지분 매각 가격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거래가는 아니지만 지분 거래의 레퍼런스가 되는 순자산 장부가가 외부로 공개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적자 기업 거래인만큼 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양 측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상장사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반드시 공개해야 할 의무도 없는 상황이다.
일단 매매가는 '132억7000만원+α'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장부가를 기준으로 영업권 등을 추가로 얹어서 거래가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제주소주가 인수 후 성과가 크지 않았다. 사실상 '푸른밤' 소주의 사업이 철수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로 붙은 프리미엄이 크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 측이 손실을 감수하고 구조조정 성격의 거래를 진행했을 것에 무게가 실린다. 제주소주는 이마트가 2016년 190억원에 지분을 사들였다. 제주소주가 보유하고 있는 라이선스와 브랜드 가치, 사업 잠재력에 집중했다. 그룹 편입 후 사업을 키우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분 인수 가격과 유상증자에 투입된 실탄 등을 계산하면 제주소주에 6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출구 전략을 짠 것이다.
그동안 '맥주' 외길에 집중해온 오비맥주가 최근 실적이 뒷걸음치면서 새 먹거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M&A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브랜드를 확보해 소주 시장 진출 기회를 확보한 것이다.
제주소주는 국내 사업은 철수한 후 제품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하는 ODM(제조사개발생산) 방식의 소주 수출 사업을 운영해왔다.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국내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체제가 굳건한 만큼 해외 시장 공략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 직후 이사회부터 재정비했다.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 부사장을 대표로 안진근 오비맥주 법무 상무, 최상범 영업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였지만 작년 12월 3일자로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했다.
이후 제주소주 법인은 해산한 상태다.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검토 및 타당성 분석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소주 ODM 관련 사업을 위한 공장도 멈추고 정비 중에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최종 매매가에 대해서는 협약에 따라 공개가 어렵다"며 "제주소주 인수 후 사업 방향이나 전략 등에 대해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순손실' 인선이엔티, 영업권·무형자산 회계 처리 영향
- [i-point]큐브엔터, (여자)아이들·종속회사 호실적 '견인'
- [i-point]폴라리스오피스앱에 '퍼플렉시티·클로바노트' 추가
- [i-point]브이티,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익 1109억 달성
- [IR Briefing]한텍 "LNG 수주 트럼프 1기 시절 2배 이상 기대"
- 현대건설, '풀 빌트인' 힐스테이트 황금역리저브 공급
- [토스 IPO]글로벌 서비스 청사진, 나스닥 상장 발판될까
- 5년물 회사채 발행 하이트진로, 차입 장기화 '자신감'
- [SK그룹 북미 대관조직 분석]SK아메리카스와 시너지 '패스키', C레벨 대폭 축소
- [i-point]제일엠앤에스, 190억 CB 발행 '신규 프로젝트 자금 확보'
정유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오비맥주, 제주소주 매매가 기준점 '132.7억'
- [롯데웰푸드는 지금]오너십과 리더십의 조화, 글로벌 확장 가속 페달
- [롯데웰푸드는 지금]4조 클럽 식품사 안착, '효과성' 중심 내실 다진다
- 롯데관광개발, CB 재매각 통해 얻은 세 가지는
- [오너가 무브먼트]정용진 회장, 모친 지분 매입에 2158억 '주담대' 활용
- [Red & Blue]황제주 넘보는 삼양식품, 증권가 목표가 상향 배경은
- [주주총회 프리뷰]신동빈 회장, 롯데쇼핑 사내이사 복귀 가능성은
- [CFO 워치/호텔롯데]한경완 상무보, '자산 매각' 발판 재무 개선 총력
- [thebell desk]구찌와 아워홈의 공통점
- [배당정책 리뷰]매출 1000억 돌파 네오팜, 주주 가치 제고 '방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