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07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경영은 흔히 체스에 비유된다. 중장기 안목의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는 점, 매 차례 조직과 판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점, 각 기물과 임직원을 1대1에 준해 대입할 수 있는 점 등 많은 유사점이 있다.특히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놀랍도록 체스의 '킹'과 유사하다. 그동안 룩, 나이트에 대응하는 다른 임원 대비 활동 반경이 적고 두문불출 성향이 강했던 점, 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나 최수연 현 대표처럼 강력한 '퀸'을 옆에 둔 점, 최근 던져진 이 의장의 이사회 복귀란 수까지 킹의 전략적 의미와 가까운 부분이 많다.
이 의장을 상징하는 킹은 체스의 유일한 로열피스다. 로열피스는 존재 자체로 체스의 승패, 핵심과 직결된 기물이다. 한 칸씩만 이동하는 킹을 잡힐 위기에 두는 순간 게임은 어려워진다. 때문에 킹을 섣불리 쓰는 전략은 하책 또는 일종의 도박수다. 다시 말하면 킹인 이 의장이 움직였다는 건 네이버가 어떤 중대한 기로나 그 목전에 있다는 뜻이다.
이사회 복귀는 이 의장과 네이버 모두에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국내 IT 기업 최초로 연간 매출 10조 원을 넘었다. 부진했던 주가도 일부 회복했고 네이버웹툰 미국 나스닥 상장도 이뤘다. 기존 경영진이 성과를 낸 직후에 이 의장이 갑작스레 등판한 셈이다. 외부엔 '기존 경영진을 미덥지 못하게 본다'는 느낌도 줄 수 있다.
아울러 이 의장은 이목 끄는 걸 극도로 지양하는 편이다. 본인의 영향력과 네이버를 연관 짓거나 재벌로 묶이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다. 2017년엔 공정위를 구태여 찾아 자신의 동일인 지정 대신 네이버를 총수 없는 기업으로 해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이사회 복귀는 앞선 행보와 지배력 거리두기를 단숨에 뒤집은 수다.
이 의장이 이를 감내하고 선택한 전진을 단순히 AI 경쟁력 강화처럼 피상적으로 읽어선 안 될 이유다. 킹이 막바지와 승부처에 가장 공세적인 기물로 변하는 것처럼 이 의장과 네이버도 더 공격적인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특히 이 의장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어느 누구보다 세계 시장의 격변을 피부로 느꼈을 터다.
이 의장이 둔 지금의 큰 수는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까. 7년 만에 무거운 발을 옮겨 한 칸을 딛은 그와 네이버의 앞날에는 수많은 방향의 선택과 한 치 앞을 모르는 위협 그리고 함정이 도사린다. 직접 왕홀을 잡기로 한 네이버의 킹이 보여줄 다음 수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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