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체인 리포트]산업은행이 촉발한 한진칼의 대한항공 출자[대한항공]③현금출자 사례 대부분 항공산업 구조개편 일환…자체 현금창출 미미
이민호 기자공개 2025-03-13 08:10:20
[편집자주]
기업은 사업적인 필요성에 따라 계열사간 머니체인을 만든다. 출자로 자본을 키워주거나 대여로 현금여력을 늘려준다. 차입여력을 키워주는 '보이지 않는 돈' 지급보증도 빼놓을 수 없는 선택지다. 출자하면 배당금을, 대여하면 이자를 각각 수취해 기업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머니체인이 바뀐다. THE CFO가 각 기업 머니체인 현황과 이에 따른 재무적인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7일 15시5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칼은 최근 10년간 자회사를 포함한 특수관계자에 대한 합산 현금출자액이 1조6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대부분 긴급 유동성 지원과 항공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유입된 현금이 재원이 됐다.이는 한진칼이 비록 한진그룹 지주사이지만 자체 현금창출력이 미미해 한진칼을 중심으로 머니체인을 구축하기 어려운 탓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000억원을 넘긴 것이 불과 2024년부터다. 보유현금도 3000억원 정도로 많은 편이 아니다.
◇10년간 특수관계자 현금출자 1.6조…산업은행 항공산업 구조개편 영향
한진칼은 2013년 8월 대한항공에서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됐다. 한진그룹의 순수지주사로서 주요 자회사로는 항공 여객과 화물 사업을 담당하는 대한항공, 택배와 물류 사업을 담당하는 ㈜한진, 건물관리를 담당하는 정석기업, 호텔 운영을 담당하는 칼호텔네트워크 등을 두고 있다.

한진칼은 2015년부터 2024년(3분기 누적)까지 별도 기준으로 최근 10년간 특수관계자에 대한 합산 현금출자액이 1조5877억원에 그쳤다. 특히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 동안은 현금출자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2024년 3분기말 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여금 잔액도 칼호텔네트워크에 대한 500억원뿐이었다.
한진칼의 최근 10년간 합산 현금출자액 중 대부분인 1조4263억원이 향한 곳은 대한항공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에 2015년 1286억원, 2017년 1135억원, 2020년 3205억원, 2021년 8637억원을 현금출자했다. 특히 대한항공에 대한 현금출자는 2020년과 2021년에 합산 1조1842억원으로 집중됐다. 이 시기 대한항공에 대한 현금출자가 활발했던 배경에는 한국산업은행의 긴급 유동성 지원과 항공산업 구조개편이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 5월부터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대한 단기운영자금 2000억원 대여와 함께 화물매출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과 전환사채(CB·영구채) 3000억원 인수로 총액 1조200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이에 한진칼은 2020년 7월 대한항공이 실시한 총액 1조1270억원 규모 주주배정 보통주 유상증자에 3205억원을 책임졌으며 이때 취득한 신주(2257만1361주)가 긴급 유동성 지원에 대한 담보로 제공됐다.
2020년 12월부터는 한국산업은행의 항공산업 구조개편이 진행됐다. 한진칼이 한국산업은행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보통주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대한항공 보통주를 교환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해 합산 8000억원을 조달했다. 한진칼은 이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했다.
이에 더해 한진칼은 대한항공이 2021년 3월 실시한 합산 3조3160억원 규모 주주배정 보통주 유상증자에 8637억원을 책임졌다. 이중 8000억원은 앞서 대한항공에 제공한 대여금 전액으로 회계상으로는 상계 처리됐다. 대한항공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이 2020년 12월 발행한 CB(영구채) 3000억원을 인수하고 2024년 12월 실시한 총액 1조50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전액을 책임졌다.
◇자체 현금 창출 미미…차입 담보로 대한항공 주식 활용

이를 종합해보면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현금출자한 재원은 대부분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나왔다. 배당금수익이나 상표권 사용수익 등 한진칼이 자체 창출한 현금은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다. 한진칼은 2024년 3분기말 자산총계가 3조2067억원으로 큰 편은 아니다. 자산총계 중 대한항공 지분가치(장부금액 기준)가 70%(2조2294억원)일 정도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근간이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3년 980억원, 2024년 3분기 누적 1061억원이며 2024년 3분기말 현금성자산이 3383억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현금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한진칼의 영업수익은 사실상 상표권 사용수익과 배당금수익으로 결정된다. 2023년부터 영업수익이 1000억원을 넘겼는데 이마저도 대한항공이 2023년(지급일 기준)부터 배당을 재개한 덕분이다. 이 때문에 자회사에 대한 출자나 대여 등 현금 지원이나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일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오히려 한진칼은 대한항공 주식을 차입여력을 키우기 위한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 2024년 3분기말 기준 한진칼은 대한항공 주식 400만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농협은행으로부터 300억원을 단기차입했다. 지분율 1.09%에 해당한다. 한진칼은 복수 금융기관과 합산 1210억원 규모 대출약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이중 505억원은 신용대출, 나머지 705억원은 주식담보대출이다. 다만 농협은행과의 담보계약은 2024년 12월 해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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