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 라운지]'한국 탈출' 꿈꾸는 부자들, 상속세 개편안에 맘 바뀔까유산취득세 체계 도입, VVIP 최대 관심사…긍정적 평가 속 과세범위 확대 '우려'
이지은 기자공개 2025-03-18 08:01:54
[편집자주]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1%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라고 한다. 국내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과세 사정권에 들어온 자산가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권 자산관리(WM) 파트의 택스센터마다 절세 문의가 쇄도하는 동시에 질의 내용도 다양해졌다. 더벨이 고액자산가들의 세무 고민과 이에 대한 금융사 소속 세무사들의 의견을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15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상속세 제도에 칼을 빼들었다. 그간 프라이빗뱅커(PB)들은 상속세에 부담을 느낀 고액자산가들로부터 상속세율이 낮은 국가로의 이민·이주 관련 문의가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금융상품을 통해 부를 늘린 3040세대 신흥부자들의 세금 망명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금융사 소속 세무사들은 금번 개편안이 통과되면 국내 고액자산가 해외 유출을 일부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춘다. 다만 재산을 상속받는 상속인의 국내 비거주 여부도 상속세 부과 기준으로 포함되는 등 세금 망명(tax exile) 관련 과세 범위가 다소 넓어진 점은 눈에 띈다.
◇유산취득세 체계 도입, 고액자산가 최대 관심사였다
11일 기획재정부는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자 망자(亡者)가 남긴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 아닌, 유가족이 물려받은 몫만큼만 세금을 낼 수 있게 하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상속세는 유산금액에 따라 10~50%의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 세율 방식이다. 이를 감안하면 납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금융사 소속 세무사들은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상속세 개편 세부 내용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문의가 쇄도했다고 입을 모았다. 상속세 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속할 자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등 부담이 크다고 판단, 상속세가 없는 나라로의 이민·이주를 검토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던 것도 이와 궤를 함께한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소속 세무사는 "연세가 있으신 1세대 자산가들은 자녀를 상속세가 없거나 많이 깎아주는, 살기 좋은 나라로 유학보낸 분들이 많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굳이 한국에서 살면서 상속세를 50%나 낼 이유는 없지 않냐는, 세금을 내도 보람이 없다는 의견이 공유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업체인 헨리앤파트너스의 '2024년 헨리 개인자산 이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액순자산보유자 순유출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200명으로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간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이 주요 이민처로 떠올랐다면 최근 부자들 사이에서 떠오른 곳은 포르투갈과 싱가포르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3040 신흥부자들의 해외 이민 수요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젊은 부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해외 거주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다. 한 플랫폼 기업 창업자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수천억원을 번 뒤 포르투갈로의 이민을 결정한 사례는 업계에서 회자된다. 상속세가 결정 배경이었다는 설명이다.
◇개편 시도엔 호평…과세범위, 되레 넓어진 대목도
상속세 개편이 이같은 자산가들의 세금 망명을 막을 수 있을까. 물론 세금 계산 측면에서는 납세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 내 거주 수요가 높은 정통 부자들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상속세 개편을 통해 국부 유출 감소를 기대해볼 법하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은행 소속 세무사는 "신흥부자들과 달리 사업을 통해 부를 일군 70~80대 정통 부자들은 오랫동안 살아온 한국에서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며 "상속세 개편안 관련 질문이 늘었던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기 때문에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번 상속세 개편안을 둘러싸곤 과세 범위가 되레 넓어진 부분도 있다. 상속세 과세 대상에 대한 부분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피상속인의 국내 비거주 여부가 중요했다. 과세 범위가 국내 소재 재산으로 한정되는지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여서다. 이에 따라 피상속인인 부모가 해외로 나가고 국내 소재 자산을 해외로 반출하면 상속인인 자녀의 거주지와 무관하게 상속세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개편안에는 상속인과 피상속인이 모두 국내 비거주자여야만 국내 소재 재산에 한정해 과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쉽게 말해, 부모와 자녀 모두 해외에 거주해야만 과세 범위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개편안 통과 시 국내에 거주하던 자녀들은 상속 발생일 기준 국내 비거주 요건을 채워야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은행 소속 세무사는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여도 상속인이 거주자면 해외재산까지 과세되는 점은 다소 불리한 면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연로한 부모님이 해외로 나가는 경우는 이미 자녀가 해외에 나가 자리를 잡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겠지만 국내에 있는 자녀들의 경우 부모님의 해외 소재 재산 상속분까지 세금을 내야해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여야 잡음 여전
정부는 개정안의 올해 국회 통과를 전제로 과세 집행 시스템을 마련해 2028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여야는 상속세 개편을 두고 강하게 맞서왔다. 지난해 7월에도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최저세율 과표 상한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상속세 일괄개편안을 내놓은 데 더불어민주당이 부자감세라며 강력히 반대한 바 있다.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한 은행 PB는 "전체 세수 중 상속세는 2%대 수준에 그치는 까닭에 상속세를 개편한다고 해서 세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이진 않지만 여론이 좋진 않다"며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그간 해당 개편안에 반대를 해왔던 만큼 국회 문턱을 쉽사리 통과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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