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 골든타임]장부상 대기업, 현실은 중견…세제지원 못받는 소재사②고가 메탈가에 부풀려진 매출…소부장 업체들에겐 자산 기준이 또다른 '벽'
이호준 기자공개 2025-04-22 07:10:36
[편집자주]
캐즘 국면에서 배터리사의 위기를 드러내는 숫자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으로 골든타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흑자 후 세금 공제’ 수준의 비현실적이고 무의미한 정책에 그치고 있다. 수많은 법안과 금융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가 원하는 속도와 방향과도 다르다. 더벨은 한국 배터리 산업의 골든타임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15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캐즘 국면에서 배터리 소재사들의 불황이 본격화되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특히 시장성 차입이 어려운 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국고채 수준으로 낮추고 지분투자와 후순위 보강 등을 포함한 첨단전략산업기금 가동에 들어갔다.그럼에도 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 설계는 여전히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메탈값이 매출에 반영돼 장부상 수치만 부풀려진 소재사들은 대기업으로 분류돼 기존 세제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장부상 매출에 막힌 중견 혜택…소부장 중소기업엔 자산총액이 또 장벽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견 양극재 3사(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코스모신소재)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약 104%였다. 매출보다 원가가 많다는 건 실질적으로 적자라는 의미다. 실제로 이 중 흑자를 낸 기업은 매출원가율이 91%였던 코스모신소재(250억원) 한 곳뿐이었다.
수익성과 체력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세제지원 같은 마중물 역할은 필수적이다. 다만 이들 기업은 실질은 중견임에도 형식상 대기업으로 분류돼 지원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많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5000억원 미만 기업에만 중견기업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그러나 에코프로비엠은 약 5조원, 엘앤에프는 3조5000억원, 코스모신소재는 5600억원에 달한다.

A 배터리 소재사 관계자는 "양극재 사업 구조상 매출은 중견기업 기준을 훌쩍 넘는다. 실질은 중견인데 형식상 대기업으로 분류돼 국가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며 "조세특례제한법과 중견기업법의 기준을 일원화해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소재·부품·장비 업계로 시야를 좁혀보면 자산총액이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을 넘으면 중견기업으로 간주된다.
B 배터리 부품사 관계자는 "배터리 관련 기업 자산은 대부분 투자자산이나 재고자산"이라며 "실제 기업 규모나 유동성은 반영되지 않는데 자산 숫자만 보면 중견기업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재사는 산업 핵심, 중견 기준 완화 필요…첨단전략산업기금엔 긍정 평가
이처럼 소재사들이 꾸준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건 양극재 업계의 불안정성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원료사와 배터리사를 잇는 연결축이다. 품질과 공정기술은 배터리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중견기업 기준 완화 등 업계 특성을 반영한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들이 실질적 지원을 받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생산 차질과 수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제조업 일자리도 흔들릴 수 있다.
C 배터리 소재사 관계자는 "국가가 중견기업을 키우겠다면 기준부터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매출은 큰데 이익은 없고, 자산은 많지만 대부분 묶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조달까지 어려운데도 제도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배터리협회 관계자는 "중소·중견 소부장 기업에겐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초저리 대출, 지분투자 등이 담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해 현장에 실질적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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