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스코 글로벌 신동맹]보호무역 '정면돌파'…철강부터 이차전지까지 '맞손'①재무부담 낮추고 미국 공략 교두보 마련…'장인화-정의선', 위기 속 실리 추구
이호준 기자공개 2025-04-22 07:08:47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든 관세 장벽은 산업 구분 없이 들이닥쳤다. 위상도, 체면도 아무 소용없다. 국내 철강 1위 포스코와 완성차 1위 현대차가 손을 맞잡은 건 그래서다. 두 회사는 미국 현지에 제철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분이나 투자 규모는 미정이지만 이들의 연대는 상징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지형을 흔든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산업 질서의 민낯이다. 더벨은 이 협력의 핵심과 의미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13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발 보호무역 장벽을 넘기 위해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이 손을 맞잡았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건설할 제철소에 포스코가 공동 투자자로 나선 것이다.양사의 협력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관세 부담까지 짊어진 상황에서 리더십을 지켜내고 있다. 업종을 가르는 벽도 체면도 접어둔 채 철강을 넘어 이차전지 소재 분야로 협력 폭을 넓힌 건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공급망 구축 힘 모은다…이차전지 분야에서도 협력 추진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은 21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사옥에서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 사장과 현대차그룹 한석원 기획조정본부장 부사장 등 양측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이번 협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추진 중인 제철소 프로젝트에 포스코그룹이 공동 투자자로 뛰어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공급망 확보와 차세대 소재 개발을 함께 추진하는 일이다.
현대차그룹이 주도하는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미국 남부에 자리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은 물론 다른 현지 완성차 공장과도 가까워 물류 측면에서 유리하다. 현대차 입장에선 이 거점에 포스코를 투자자로 들여 총 8조5000억원에 달하는 재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기술력을 제철소에 활용할 수 있다.
포스코 입장에선 이번 협력이 미국 철강시장 진입의 전환점이 된다. 수십년간 북미 보호무역과 현지 철강 산업 장벽으로 직접 투자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차 주도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멕시코 자동차 강판 공장, 가공센터를 잇는 통합 생산체계와 현지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협력이 본격화된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광물 확보와 리사이클링 사업을 추진 중이며 포스코퓨처엠을 통해 한국과 캐나다에 양극재·음극재 생산 거점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며 향후 수요 회복기에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양사는 지금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을 기회로 삼아 차세대 소재 공동 개발과 북미 원소재 조달·생산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양사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통상 압박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고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등 그룹 사업 전반에 지속 성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 부담 낮추고 미국 진출 교두보 확장…장인화식 철강 리빌딩도 본격화
포스코와 현대차는 국내 철강과 완성차 업계 1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기업들이다. 그런 이들이 서둘러 손을 잡은 데에는 생존이 걸린 절박한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22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 톱3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그 자리를 유지해온 배경엔 미국 시장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촉발한 미국발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 이 위치를 지키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이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국내 재계 총수 중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며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8조5000억원 규모의 제철소 투자는 그룹 내에서도 부담이 컸는데 포스코라는 유력한 파트너를 투자자로 끌어들여 재무적 부담을 나누며 실리를 챙겼다.

이런 가운데 장 회장은 지난해 초 어려운 시기에 포스코 수장에 올랐다. 철강 현장을 잘 아는 그로서는 글로벌 완결형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게 답이었다. 현대차 프로젝트 참여는 그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추고 단독 투자 부담을 줄이며 안정적 납품처까지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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