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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와 경쟁

조헌성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공개 2008-07-11 08:32:48

[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2008년 07월 11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서브프라임사태 등으로 신용평가의 신뢰성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신용평가회사간의 경쟁을 촉진하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신용평가시장에서의 경쟁은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잘못된 방향으로의 경쟁 조성이 신용평가시장과 금융시장에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흔히들 건전한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한다. 경쟁을 바라보는 관점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발전적인 목표를 향해 각자가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더해가는 우리 삶이 너무나 피곤해지고 있다는 것은 경쟁이 만들어내는 달갑지 않은 부산물이 아닐까 한다. '경쟁' 그 느낌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지만 어쩌겠는가 피할수 없기에 즐겨야 하는 것을.

경쟁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경쟁을 통하여 얻어내고자 하는 목표는 대개가 당사자의 이익과 직결된다. 그러나 경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당사자의 이익뿐이라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결코 합당치 않을 것이다. 우리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하는 것은 경쟁 목표를 달성하거나 그 과정을 통하여 얻어낼 수 있는 수 많은 개선과 발전 때문일 것이다.

신용평가시장에도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경쟁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신용평가 또한 상당한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상당 수의 이해관계자는 아직까지 양에 차지 않는다는 불만을 드러내지만 어쨌든 발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신용평가회사들은 등급의 신뢰성을 높이자는 공통의 목표를 위하여 신용평가 모형 개발을 비롯한 분석기법 향상 노력을 경쟁적으로 펼쳐왔다. 신용평가 절차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정비도 꾸준히 전개하여 왔다. 또 신용평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산학협동을 통한 학술세미나 등을 경쟁적으로 개최하는 한편, 시장 이슈에 대하여 적극적인 의견 피력을 해왔다.

신용평가시장에서 경쟁은 일반적인 제조·서비스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적 특성이 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경쟁을 벌이는 대상이 소비자로 일원화되어 있고 소비자의 Needs와 Wants 또한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와 달리 신용평가에 있어서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평가대상기업과 투자자로 이원화되어 있다. 기업은 가능한 한 높은 신용등급을 원하고, 투자자는 정확한 신용등급을 요구한다. 둘의 이해관계는 때로 충돌한다.

신용평가에서의 경쟁 목표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신용등급의 품질, 즉 신뢰성이다. 신용등급의 신뢰성은 신용평가회사의 존립기반이자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그래서 가시적인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신뢰성 경쟁은 매우 적극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신용평가의 발전, 즉 신용등급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으로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주장중의 하나가 시장참여자 수를 늘리거나 복수평가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신용평가시장의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용평가시장이 신용평가 3사의 과점체제로 형성되어 있어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평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주장은 신용평가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견해로 받아들여진다. 상반된 이해관계자의 서로 다른 Needs가 공존하는 시장특성에 비추어볼 때 신용평가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단순한 형태의 경쟁촉진은 자칫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신뢰성 경쟁이 아닌 평가대상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등급 상향경쟁으로 변질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한 신용평가의 신뢰성 상실은 직접금융시장에 적잖은 손실을 끼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 수를 늘리는 방식의 양적 경쟁을 촉진할 경우 신용평가회사가 단기 이익을 추구하고, 신용등급 커버리지(Coverage) 유지를 위해 수주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는 평가대상기업의 교섭력 강화와 등급쇼핑으로 이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신용등급의 신뢰성 저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스러운 접근으로 보인다.

신용평가 경쟁촉진이 신용등급의 신뢰성을 높이고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보다 의미있는 기여를 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신뢰가 높은 신용평가회사가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경쟁환경의 조성이 훨씬 더 적절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또한 신용평가회사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신용등급의 최종 수요자인 투자자층의 아낌없는 관심과 따뜻한 충고 역시 신용평가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자양분임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금융시장과 신용평가는 서로의 발전이 서로를 이롭게 하는 공생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해서 금융시장과 신용평가업계 상호가 상대의 발전이 자기 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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