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유화증권 "자산가치↑, 인수가격이 부담" "특화된 장점 없어 인수 메리트 있을까" vs "자통법 대안 부재..팔 수밖에"
이 기사는 2008년 07월 15일 11: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화증권은 1962년 회사 설립 이후 46년간 뚜렷한 성장없이 소형 증권사로 머물러 있다. 이러다 보니 증권사 인수합병(M&A)설이 돌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자본금 규모와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데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60%를 넘는다. 증권업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 만한 매물이 없다. 유화증권 대주주와 가격 협상만 잘한다면 단번에 성공적인 M&A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가격이다. 유화증권은 다른 증권사와 달라 자산주 성격이 강해 매각대금이 최소 4500억원선까지 올라간다.
◇ 유화증권의 가치는
유화증권이 오랜 업력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다른 증권사와 달리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업무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영업전략 때문이다. 지점수가 본점을 포함해 7개 밖에 없고, 임직원 수도 172명에 불과하다.
유화증권은 수익의 절반 정도를 국공채 매입을 통한 이자수익에서 얻고 있다. 국공채 보유자산 규모가 2620억원으로 총자산의 4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 "증권사라기보다 일종의 자산운용회사에 가깝다"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유화증권의 순자산은 4040억원. 여기에 업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1.5배를 곱해 기업가치를 산출하면 6060억원이다. 증권가에서 차지하는 순위나 인지도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치다. 드러나지 않은 알짜기업인 셈.
이를 토대로 대주주 일가의 지분(보통주 62.9%) 가치를 계산해 보면 3812억원이 나온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인정한다면 4955억원, 50% 쳐주면 5718억원이다.
재단 등 특수관계인을 빼고 친인척으로 구성된 대주주 일가의 지분(보통주 56.4%) 가치만 계산하면 각각 3418억원, 4443억원(프리미엄 30%), 5127억원(프리미엄 50%)이다.
결국 유화증권을 인수하기 위해선 최소 4500억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 매각 가능성은 있나
증권가에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유화증권은 ' 팔 이유가 없다'며 적극 부인해 왔다. 증권가의 일반적인 시각과도 일치한다.
우선 대주주의 지분이 너무 높아 인수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알짜기업이긴 하지만 라이센스 외에는 뚜렷한 장점이 없는 증권사를 4500억원 이상을 주고 인수할 기업이 있느냐는 분석이다.
대주주 일가의 성향도 문제다. 유화증권의 창업주인 윤장섭 회장은 개성 출신으로 서성환 태평양 전 회장, 우상기 신도리코 전 회장, 허채경 한일시멘트 전 회장, 고홍명 한국빠이롯드만년필 회장 등과 함께 재계의 대표적인 '개성상인 1세대'다.
송상(松商)의 후예로 불리는 '개성상인 1세대'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고집스레 한 우물을 파고, 남의 빚을 얻어 사업을 하지 않고, 순간의 큰 부에 연연해 쉽게 사업 분야를 바꾸거나 팔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올해 86세를 넘긴 윤장섭 회장도 이러한 기질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그는 1957년 성보실업을 설립해 사업을 시작한 후 70년대에 해성그룹의 고 단사천 회장과 함께 '현금왕'으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현금동원 능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기업 인수, 매매 등을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때문에 그가 손을 댄 성보실업, 성보화학, 유화증권 등은 50여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번도 경영권이 바뀌지 않은 채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증권가에서는 윤 회장이 생존해 있는 한 유화증권의 경영권을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윤 회장이 고령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고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인해 유화증권이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커 대주주 일가가 전격적인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 유화증권 M&A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유일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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