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기사는 2008년 08월 11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로 열리느냐 or 그래도 한 번 접혔다 가느냐의 싸움
시장은 통상 이렇다. 뉴욕증시나 국내 증시의 낙폭이 여느 때에 비해 유난히 큰 날도 아니고 외국인들이 무지막지하게 주식을 팔아대는 날도 아닌데 그동안 그토록 개입으로 인해 막히던 1019~1020원이 돌파되자 곧바로 1027원까지 직행했다. 1년만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5.25%로 25bp 인상,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325bp로 확대되어 일각에서는 벌어진 금리격차만큼 원화가 달러대비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이론적·상식적 분석도 회자되었지만 금통위에서 금리 올린 다음날이 1020원 열리는 날이 되고 말았다.
1027원까지 치솟는 환율에 당국의 매도개입이 다시 나오고 있다. "쏠림현상이 여전하고 쏠림에 대응한다는 방침에 변함없다"는 구두개입도 곁들여지고 있는데, 과연 2008년의 원/달러 환율 상승이 그저 쏠림현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에는 강한 의문이 남는다. 이번에도 결국 (끝내 막지 못할) 1020원에서 펼쳐진 당국의 개입은 실패했고 지난 7월 9일의 개입 여파로 1060원대 진입을 노리던 환율이 잠시 세자릿수까지 급락하는 장세 이후 "정부가 나서는데 급하게 살 것 있느냐"는 인식에 달러매수를 미루던 세력들은 다시 다급해졌다.
밤 사이 NDF 시세가 1022원으로 훌쩍 뛰어 올랐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7월9일 개입 당시에는 '가드(Guard)' 내리고 덤벼들다가 당국의 카운터 펀치에 제대로 걸려 다운되었던 역외가(그러나 심각한 데미지를 입고 앞으로 넘어지는 다운이 아니라 카운트 '8(eight)' 전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뒤로 벌렁 자빠지는 다운이었다) 다시 독한 마음 먹고 달려드는 분위기인데, 이 대목에서 고민은 "그럼 여기서 바로 환율이 위로 열리느냐, 아니면 한 번 (아래로) 접혔다 다시 상승세로 돌 것이냐"하는 점이다.
많은 시장참여자들의 고민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이럴 때 우리가 의지할만한 차트 상의 기술적 시그널도 장기와 단기에 따라 서로 딴 소리를 하고 있어 참 애매하고 어려운 국면에 직면하였다. 이하에서는 독자 여러분들도 차트를 통해 현재 우리가 처한 장세가 얼마나 어려운 장세인가 하는 점을 느끼실 수 있기 바란다.
바로 열려도 한 판, 접혔다 다시 가도 한 판
[원/달러 일간 차트]
1020원이 열리자 60일 이동평균선 저항이 걸쳐있는 1026원대 후반까지는 단숨에 이르렀다. 시장의 속성상 충분히 그럴 만한데, 기술적 저항이 관찰되는 레벨에서 당국의 구두개입과 실개입이 단행되고 있다. 아주 그럴듯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하겠다.
7월9일, 996원 이후 탄탄한 달러 수요로 아주 끈적끈적한 환율상승세와 그에 대응하는 당국의 소소한 개입이 이어져왔는데, 그리고 마침내 1020원도 열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996원 이후 상승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일봉들을 보노라면 저런 식으로 곧바로 상승추세를 재현한다고 베팅하기에는 왠지 내키지 않는다. 아직 0선을 올라서지 못한 MACD(이동평균수렴·확산지수)나 과매수 상태 진입을 시사하는 RSI(상대강도지수)를 봐도 그러하다.
[원/달러 주간차트]
그러나 주간차트로 살짝 전환해서 보면 뷰가 또 달라진다. 주간 240MA와 20MA가 탄탄한 지지력을 보이고 있어 1010원 아래로는 도저히 힘들어 보인다. 특히 5MA가 아직 우상향 기울기가 탄탄한 20MA를 하회하나 싶었는데(그래서 달러 살 게 있어도 좀 참아보자는 데가 많았었는데) 1020원 상향돌파의 여파가 커 이동평균선들의 위치에도 상승 우호적으로 변화가 생길 것 같다.
MACD는 이 대목에서 다시 위로 방향을 틀어도 그 또한 강한 추세장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RSI는 다시 50 위로 올라서자고 덤벼도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일간차트에서 더 가겠나 싶던 마음이 주간으로 오니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원/달러 월간차트]
그래서 아예 이번에는 월간차트로 바꿔 살펴보니, 일간과 주간차트에서 헷갈리던 만큼이나 월간차트 자체적으로 양방향으로의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다.
"RSI가 저렇게 높은 수치에서 노는데 월간 60MA가 그리 쉽게 돌파되겠느냐?"하니 말 된다. "RSI?, 외환위기 때 RSI 한 번 보고 얘기해라. 월간 60MA 돌파 시도가 6개월째다. 이번에는 열린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니 그 또한 말이 된다. 거기에다 이번에 열린다는 쪽에서는 다음 저항다운 저항은 1100원 근처에서나 형성될 것이다라는 섬뜩한 전망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하기 좋은 말로 '시장 상황 봐가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하되' 한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조정(correction)에 대한 너무 큰 기대는 접고 추세(trend)를 따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환율상승이 추세요 환율하락은 조정이다. 특히 추세는 서울 환시의 절대적 가격결정 요인인 수급 따라 만들어지는 중이라면 조정은 언제 강하게 펀치 날리다가 언제 슬그머니 물러설지 알 수 없는 당국의 개입 변수로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가도 한 판, 접혔다 가도 한 판이라면 꼭 바닥을 확인하고 사겠다는 것보다는 꾸준히 분할매수로 접근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특히 헤지(hedge) 차원이 아닌 손절(loss-cut) 차원에서 고민하는 시장참여자라면, 이제 마냥 고민만 하고 있기에는 허락된 시간적인, 환율 레벨 측면에서의 여유가 너무 적다. 아직 장 마감이 10분 가까이 남아있긴 하지만, 개입 레벨 위로 다시 치솟는 환율이다. 증시나 채권시장은 고만고만한데, 외환시장이 한 발 앞서 나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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