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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등, 통화정책 딜레마 커졌다 "환율 효과, 9월 물가 상승 확대 불가피"

황은재 기자공개 2008-09-01 15:52:15

이 기사는 2008년 09월 01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가와 밀가루 값이 정부의 체면을 살렸다"

8월중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경제전문가들의 평가이다.

6%가 넘을 것으로 전망됐던 8월 중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보다 한 참 낮은 전년동월대비 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9월중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는 안심하기 이르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유가가 120달러 내외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을 이유로 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졌다. 환율이 오르는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기 때문. 추가 금리인상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소비자물가 맛사지?"..예상치 큰 폭 하회

지난달 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중 소비자물가가 6%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의 말대도 8월중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로는 0.2% 하락, 전년동월비 5.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인 6.2%(전년동월비)보다 0.6%포인트 낮았다.

정부는 "석유류가 전월대비 6.0% 하락해 전월대비 물가하락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휘발유 가격이 6.8%, 경유가 7.5%, 등유가 6.0% 하락했다. 또 밀가루 가격도 13.1%의 두자리수 하락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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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은행, 우: 원 좌:달러..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폭 둔화)

발표 결과를 본 경제전문가 및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통계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발표를 믿어야겠지만 유가 하락이 반영되고 환율 상승은 반영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와 밀가루 가격 하락이 정부의 체면을 살린 셈이 됐다"고 말했다.

◇ 9월 물가, 환율 상승 영향 반영될 것

전문가들은 그러나 8월 이후 급등한 환율이 9월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고, 추석 효과까지 겹칠 것으로 보여 물가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1일 1014원을 기록한 이후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상승해 이날 현재 1100원대로 올라섰다.

유가 역시 허리케인 '구스타브'가 미국에 상륙해 원유 생산 시설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돼 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루지아 사태·석유수출국기구(OECD)의 감산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의 경우 전달 23일이 있는 주가 마지막 조사기간이었고 환율은 그 이후 본격적으로 올랐다"며 "9월 역시 높은 물가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용택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환율과 공공요금 인상 우려 때문에 인플레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 통화정책 영향은.. 환율 올라 물가 0.65%p상승 효과

9월 통화정책도 안개 속이다.

지난 8월 기대인플레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올렸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세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금통위 다음날인11일부터 이달 1일까지 환율은 84.1원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를 0.65%포인트 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7월처럼 달러를 쏟아부으며 환율 잡기에 나설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외환보유고 낭비 지적이 계속되고 있고 글로벌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달러 매도 개입이 힘을 얻을지도 의문이다.

9월 외국인 채권투자 회수에 따른 달러 유동성 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물가안정과 함께 금융시장 안정을 감안해야 하는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외 유동성 유입과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다시 내밀 수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내수를 위축시키면서 국제수지 균형을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맞출 수는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카드가 나올 수 있지만 금리 인상은 다른 자산 가치 하락을 전제로 하는 만큼 한은의 선택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환율 상승을 잡을 여지가 크지 않다"며 "금융시장 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려 대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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