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09월 02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건설사들의 유동성 숨통이 빠르게 막히고 있다. 대부분 BBB급 아래에 포진하고 있는 주택전문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은행에서 신규자금을 차입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최근에는 그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건설사들의 기업어음(CP)까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갚아야 할 빚이 올해 하반기 이후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데다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아 현금유입이 끊긴 상황. CP 급팽창 → 만기 연장 실패 → 유동성 악화 → 부도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소 건설사 CP, 두달새 1조원 급감
지난달 말(8월21일) 건설사 CP 잔액(총 72개사, 건설사 지급보증 PF-ABCP포함)은 15조 9661억원(예탁결제원 자료 토대 재집계)으로 전달 대비 7665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올 들어 월별 수천억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씩 늘어나던 가파른 증가세가 처음으로 꺾인 것.
건설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BBB급(기업신용등급 기준, CP A3+) 이하 기업(54개사)들의 경우, 두달만에 40% 이상이나 잔액이 급감한 사례가 즐비하다.
현재 BBB급 건설사 CP 잔액은 총 6조 917억원으로 20여일만(8월1일~21일)에 4903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지난 7월, 5338억원이 감소한 데 이어 두달 동안 1조원 이상의 차입금이 빠져나갔다. 최고 정점에 이른 6월 말 잔액(7조 9257억원)과 비교하면 12.92%(1조240억원)의 급격한 하락세을 보인 것.
건설사별로는 금호산업(1241억원), 벽산건설(1100억원) 순으로 8월 감소액이 컸다. 특히 금호산업은 7월 감소분 1915억원까지 합치면 두달만에 6월 잔액(6454억원)의 절반 가량(48.9%)이 사라졌다. 최근 두달 기준으로는 금호산업(3156억원), 벽산건설(1600억원), 동부건설(1200억원), 남광토건(1103억원), 신동아건설(846억원)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에 대한 금융권의 태도가 지극히 보수적으로 전환돼, 중견·중소 건설사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CP 급감세 전환은 건설사들이 단기차입을 줄였다기 보다는 ABCP 등의 만기 연장에 실패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무차별적으로 늘여온 건설 CP의 부작용이 드디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8월 들어 기업신용등급 A-급(CP A2-) 이상 대형 건설사의 CP잔액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자발적으로 CP를 상환하거나 사업장 매각, 미분양 해소 등을 통해 줄어든 면도 있겠지만 중견·중소 건설사에서 시작된 유동성 우려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GS건설은 8월 한달동안 2762억원이나 잔액이 줄었고 대우건설(590억원), 롯데건설(422억원), 두산건설(390억원), 삼성물산(250억원) 등도 수백억원의 차입금이 빠졌다.
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미분양 사업장이 늘고 미수금 증가로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건설업계 전체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면서 “부동산 PF에 들어간 ABCP가 서서히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BCP 연장 불가, 시공권·용지 매각도 속출
건설 ABCP는 지난 7월20일, 14조 716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한달(8월20일)만에 1조원 가량(13조7410억원) 급감했다. 은행들이 ABCP 연장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사업을 포기하거나 시공권, 용지 등을 팔아 차입금을 상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정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미 (자금난이 상대적으로 심한) A3-급 건설기업의 경우 시공권, 용지, 유형자산 매각 등을 통해 약 6900억원 규모의 자금 확보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1조 5650억원 규모의 PF우발채무 이전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 경기 둔화로 매각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시행사 PF 차입금의 만기가 매각 성사 이전에 도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의 경우 운전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아 경상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서는 자금수지의 균형을 달성할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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