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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신용등급 고평가 '논란' 시장 "주식 및 부동산PF 투자 과도" vs 신평사 "조금 더 지켜보자"

김동희 기자공개 2008-09-04 16:29:31

이 기사는 2008년 09월 04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절반은 금융회사'라는 평을 듣고 있는 대한전선의 신용등급(장기 A-, 단기 A2-)이 논란에 휩싸였다. M&A시장에서 금융투자회사 못지 않은 식욕이 빌미가 됐다. 그간의 숱한 대규모 투자가 외형을 키우는데 톡톡히 기여했지만 그 바람에 외부 차입금이 늘었고 불확실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신용등급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등급 하향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아직은 기다려 보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비록 한단계 차이지만 신용수준이 A급이냐, B급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채권평가 회사들은 아직 대한전선 회사채 평가수익률을 신용등급(A-)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디스카운트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시장 "공격적 재무정책이 문제"...투자자산 '급증'

회사채 시장은 공격적인 재무정책을 문제 삼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6월 신용등급이 상향된 이후 금융투자업무를 더욱 확대, 자산을 대폭 늘렸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대한전선이 금융 투자업에 나선 규모는 1조2879억 원에 달한다. 2005년까지 3년간 투자한 7716억원의 두배 수준이다.

인수 대상이 거품붕괴 우려를 안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건설사 등으로 자체적인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도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현금이 많기로 소문난 회사지만 차입금이 너무 빠르게 늘고 있어 "더이상 A급으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2006년말 6300억원이던 차입금은 지난해말 1조7000억원, 올해 6월말엔 1조9700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본업인 전선업의 현금창출력이 한해 700억~800억원 수준. 상반기 이자비용이 550억원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금 규모 자체가 많을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에서 수익이 끊기기라도 할 경우 수익성이나 재무안정성이 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최근 건설사의 위기와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대한전선의 사업위험이 매우 커졌다"며 "프리즈미안 지분 등 자산의 질이 양호해 당장의 유동성 위험은 없겠지만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현재의 신용등급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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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 "신중해야"...차입금 상환 계획 등 긍정적

신용평가사들은 향후 등급 하향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장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일 개최한 '대한전선의 크레딧 분석과 전망' 세미나를 통해 "당분간 신용등급 조정 없이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의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산의 질이 양호해 등급을 떨어뜨릴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전선이 차입금 상환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왔다는 점도 등급 하향을 보류하는 근거다.

한기평이나 한신정평가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TEC건설과 남광토건 등 건설 부문이 잘 정착할지도 의문이고 워낙 공격적으로 금융투자를 하다 보니 종잡을 수 없지만 하향 검토를 서둘러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전선은 보유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양공장의 땅을 유동화해 이미 2000억 원을 토지매각대금(계약금)으로 확보했으며 9월까지 3500억 원(잔금)을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내년에는 남부터미널 부지도 유동화해 20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주식도 처분(350억 원)하고 한터디앤디 대여금(174억원)도 회수한다.

이를 통해 대한전선은 올해 말까지 3000억 원을 내년에도 2000억 원의 차입금을 상환할 방침이다. TEC건설은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평에 따르면 6월말 현재 대한전선의 현금성자산은 약 3000억원 수준. 매각이 가능한 투자자산 1100억원과 유동화가 확정된 자산 3500억원을 더하면 올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5846억원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한신정평가 관계자는 "회사측에서 올 연말까지 재무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며 "재무정책이 너무 공격적인 것이 문제지만 자산의 질이 나쁘지 않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보유자산을 원활하게 유동화하지 못할 여지가 남아 있다. 특히 차입금을 계획에 맞춰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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