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기사는 2008년 09월 08일 13: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부감사 대상 법인을 자산 총액 70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 기업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회계부담을 경감해 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고 있다. 회계부담이 경감되는 기업 등에서는 개정안을 환영하고 있는 반면 회계업계, 금융기관 등은 반대 혹은 우려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부감사제도는 회계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해주는 필수적인 인프라이다. 실제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외부감사를 받은 회계자료와 그렇지 않은 회계자료간에 극명한 차이가 있음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외감대상의 축소가 회계정보의 질 저하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회계 투명성이 저하됨으로써 나타나는 비효율이 외감 대상 축소를 통해 기대하는 비용절감 또는 회계부담의 경감효과에 비해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관리능력과 인력의 한계 등으로 회계처리업무를 회계사무소 또는 세무사에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계감사를 받지 않은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웃지 못할 일들을 자주 겪곤 한다. 경리담당자가 회사의 회계처리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기장대리를 맡고 있는 회계사무소에 문의하는 것은 그나마 낫다.
문제는 자산이나 이익의 과대계상, 대표이사와의 불투명한 자금거래마저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외감 대상의 축소를 반기는 측은 단순한 감사비용의 절감 보다는 외부감사라는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측면을 보다 고맙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책당국에서는 외감대상에서 제외되는 중소기업은 이해관계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외부감사의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외감대상 축소의 중요한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의 완화로 외부감사를 받지 않게 될 기업의 숫자가 전체 외감 대상 법인 1만8074개사(2007년말 기준)의 20%에 해당하는 3600여개사에 이르고 있고 이들 기업의 자산 합계액이 30조원, 부채 총계액이 20조원에 육박함을 고려하면 그 여파가 결코 가볍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보다는 적을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 역시 금융기관, 거래처, 관공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자에게 제시되는 회계정보의 신뢰성이 낮아진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의 여신심사, 거래기업의 신용도 분석, 세무행정 등에 있어 회계정보의 검증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도 투입돼야 할 것이다. 또한 분식이 이뤄진 회계정보에 근거해 대출심사가 이뤄질 경우 부실대출이라는 보다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조달청 입찰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비효율을 초래할 개연성도 있다.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전개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회계정보의 신뢰성과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의 도입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회계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금융시장 발전의 필수 조건이라는 전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엔론사태 이후 기업의 회계감독 규정을 대폭 강화한 샤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 of 2002)을 도입했던 미국의 사례 역시 회계정보의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입증해 주고 있다.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몇몇 그룹의 잇따른 '위기설'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투명성 결여에 따른 신뢰성 저하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첫 출발은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강조돼야 할 시점에서 외감대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상당히 위험스러워 보인다.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외부감사제도를 규제로 인식해서는 안될 것이다. 외감 대상 축소 문제가 '투명성 제고'라는 관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다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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