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시장 올스톱..기업 유동성 위험 '증폭' 증권금융 CP투자 자제 권고..우량 CP도 안팔려
이 기사는 2008년 09월 18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어음(CP) 시장이 완전히 마비되면서 단기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과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정부가 국고여유자금 운용대상에서 CP를 제외하도록 권고하면서 자산운용사 머니마켓펀드(MMF)가 투자를 회피,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의 CP조차 거래가 끊겼다.
이에 따라 당장 긴급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나 만기도래한 CP, 단기차입금을 차환하려던 기업들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의 경우 부동산PF와 관련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나 CP 만기도래 규모가 많아 유동성 압박이 더욱 심해졌다.
실제로 18일 국내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한 한국토지공사(기업어음 등급 A1)마저 ABCP발행에 실패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심리는 극도로 악화됐다.
토지공사는 장부상 회사로 만든 랜드피아(2007-2) 유동화전문회사(SPC)의 만기 ABCP 2200억원을 차환발행하려 했으나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했다. 가까스로 500억원 규모의 소화처를 찾아냈지만 이 역시 투자 결정을 철회하고 말았다. 금리와 환율,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 ABCP를 투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만기 돌아오는 토지공사의 ABCP는 매입보장 약정을 체결한 국민은행이 전액 떠안았다.
일반 기업의 CP발행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엔시스, KB증권, 현대파워텍 등이 CP를 발행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 나섰지만 허사였다.
이날 CP시장을 마비시킨 장본인이 정부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국고여유자금을 위탁받는 한국증권금융은 최근 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 연락해 ABCP나 일반 CP 투자를 자제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국고여유자금을 CP에 투자하던 운용패턴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안다"며 "금융시장이 불안해 안전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지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금융은 기획재정부와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획재정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기획재정부 국고국 관계자는 "증권금융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이미 안전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협약이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그런 주문을 별도로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금융의 "투자를 자제해달라"는 권고 소식은 CP시장에 급속히 확산, 시장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말았다. 국내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국고여유자금을 국공채 위주로 투자하도록 하면서 기업들의 CP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막히고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에 나서야할 정부가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위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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