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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KDB에 KEB를 더한다면 산은, 리먼 인수시도 이전부터 구상..정부와 론스타 시각이 관건

박준식 기자공개 2008-09-22 14:52:41

이 기사는 2008년 09월 22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KDB)이 국제적 투자은행(IB)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가장 큰 난제는 해외 네트워크의 확보와 딜 소싱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대부분 해외 주요 거점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이를 통한 IB 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컨대 미국은 관련 주의 은행법에 따라 자격을 갖춘 법인에 한해 영업을 허용한다. 만약 국내은행의 해외 사무소 인력이 현지에서 딜을 따내면 경쟁사들은 발견 즉시 이를 관련 당국에 고발해 견제한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국가적인 통합정보망 구축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낙제점에 가깝다. 30개 해외투자 유관기관이 수집한 진출정보의 취합을 KOTRA에 위임했지만 각 기관끼리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다 30억 원의 국가예산을 들여 OIS라는 웹 홈페이지를 구축한 게 전부다.

투자 대상국에 은행을 세우거나 현지 은행을 인수해 관련 인력을 보충하지 않는 한 딜 소싱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영업허가를 받지 못한 국가에서는 매물이 나와도 자문이나 투자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렵다"며 "현지법인이 있는 홍콩에선 프라이빗에쿼티(PE) 업무로 수익을 올렸지만 네트워크가 없는 곳에선 실적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현재 법인을 세워 진출한 해외 국가는 △홍콩 △아일랜드, △헝가리,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국제적 IB로 도약할 거점이라고는 홍콩 밖에 없고 이마저도 관련 인력이 부족해 목표 의식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산업은행은 리먼 브러더스 인수를 검토하기 전부터 외환은행(KEB)에 관심을 가져왔다.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 운용 노하우가 국내 은행 중에는 가장 앞서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은행은 외환 중개 업무를 통해 현지 금융사들과 정보 공유 채널을 가지고 있다는 게 매력이다. IB 네트워크로 전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여기에 외환은행이 △뉴욕과 LA, △캐나다, △호주, △독일, △인도네시아, △브라질에 가진 금융 법인의 인수매력도 높다. 캐나다와 인도네시아, 독일 법인의 경우 여신은 물론 수신업무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산은 IB 육성2.JPG

올 초 새 정부가 들어서고 민영화 계획이 마련되자 산업은행 내부의 지주사 준비단은 국내외 M&A 대상을 검토하면서 외환은행과의 합병 시너지를 검토했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은 리먼이라는 돌발변수의 출현과 론스타-HSBC 간의 계약 성사 전망이 나오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미국 발 금융위기가 만든 '시계(視界)제로'의 상황은 산업은행의 관심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우여곡절 끝에 리먼 인수가 좌절되고 HSBC가 외환은행을 포기하면서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기존 외환은행 인수 후보인 국민, 하나금융지주와 농협은 산업은행의 인수전 참여를 경계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론스타를 통해 국부가 유출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들의 견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리먼 인수를 시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권으로부터 집단공세를 받은 산업은행으로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유성 행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한다면 산업은행 입장으로선 최선의 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IB를 인수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더 확실하면서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 이 구상을 정부와 론스타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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