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10월 23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국중부발전과 SK텔레콤에 대한 회사채 시장의 평판이 엇갈리고 있다. 자금조달 성공여부를 떠나 투자자와의 신뢰 측면에서 극과극의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과의 약속을 어겨 빈축을 사고 있는 곳은 바로 중부발전.
중부발전은 한전의 발전자회사중 하나로 국내 최고 신용등급(AAA)을 인정받고 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배드 보이(Bad Boy)'로 찍히고 말았다.
원화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도 일방적으로 발행 포기를 선언, 주관사와 투자자들을 곤경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중부발전이 채권 발행을 포기한 것은 금리가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신용경색이 짙어지면서 높아진 민간채권 평가사의 고시 수익률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입찰까지 진행해 증권사들이 투자자를 모집한 상황에서 금리를 핑계로 채권 발행을 접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시장과 투자자를 무시한 '오만한 결정'인 셈이다.
일정부분 한계는 있지만 회사채 시장에서 지금까지 거래를 이루는 기준 가격은 민평 고시 금리다. 이를테면 발행사와 투자자간의 약속인 셈이다. 중부발전 역시 금리 안정기에는 수십 차례나 민평 수익률을 토대로 채권 발행을 해왔다.
중부발전은 이번 채권 발행을 준비하며 금리를 낮추기 위한 노력에도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만 3000억 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성황리에 마친 SK텔레콤과 대조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중순 3000억 원 규모의 원화 채권 발행을 위해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돼 자금조달을 장담할 수 없자 대표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계열사인 SK증권 등을 총동원,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했다.
종전과 달리 재무팀이 직접 투자자를 찾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10조원의 투자의지를 밝힌 국민연금을 찾아가 투자 권유에 나섰다.
이 영향으로 투자자들을 순식간에 확보할 수 있었고 계열사인 SK에너지 마저 채권 발행을 성공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SK에너지는 오는 30일 원화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며 국민연금이 이미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부발전은 이번 채권 입찰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발행하겠다는 의지만 전달했을 뿐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도 않았다.
결국 중부발전은 채권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투자자들은 다른 발전회사들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남동발전이 원화채권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동발전은 무조건 발행에 나서겠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작업부터 나서고 있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다. 신용을 분석해 거래하는 회사채 시장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중부발전이 시장과 화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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