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중개자로 나섰다 RP대상기관, 증권사 12곳 추가 선정..한은 총재 "금융중개기능 약화"
이 기사는 2008년 12월 11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신용경색 심화로 돈이 돌지 않고 있는 곳을 정조준해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 우리투자증권과 한국증권금융 2곳에 불과했던 증권사의 한은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 대상 기관에 증권사 12곳을 추가했다.
은행을 매개로 한 금융중개 기능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한은이 직접 금융 중개기능을 맡는 것이다.
한은은 신용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10조원이 넘게 쌓인 곳간을 좀처럼 풀지 않고 쌓아두고만 있다.
◇ 금융중개 기능 약화..한은이 직접 나선다
한은은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RP대상 기관을 통해 총 9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금융회사들에 공급됐다. 시장에 돈이 넘치면 은행에서 비은행권으로 돈이 이동하고, 실물경제로도 파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은의 기대와는 달랐다.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된 이유도 있었지만 은행들이 대출 등 신용공여에 보수적으로 나오면서 들어온 돈을 움켜쥘 뿐 좀처럼 내주질 않았다. 매주 실시되는 한은 정례 RP 입찰에는 은행의 여윳돈이 대거 몰려 응찰 규모가 10조원을 넘었다. 7일동안 한은 기준금리 수준의 이지만 받아도 좋으니 돈을 맡아달라는 은행들이 넘쳤다.
반면 실물경제와 비은행권은 돈이 부족한 유동성 경색, 신용경색에 직면하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은이 자금을 공급하면 금융중개기관 사이의 중개를 통해 여러 군데로 퍼져나가게 된다"며 "그러나 지금은 유통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을 좀 더 필요로 하는 쪽에 좀 더 직접적인 거래를 하는 것이 금융시장 경색에 대처하는 데 더 효과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RP 대상기관 확대는 은행이 가진 대규모 여유자금을 흡수해 증권사 등 비은행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한은이 직접 금융중개 기능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는 어떤 특정 기관을 대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도 당분간 사용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 한은, 회사채. CP 시장 숨통 불어넣기
은행이 금융 중개기능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회사채와 CP 등 직접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았고 신용경색이 신용경색을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3개월만기 CP 금리는 11월 한 때 7.26%까지 상승했고, 12월에서 7%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신용스프레드도 급등해 3년만기 회사채(AA-)와 국고채 금리간의 차이는 지난 10일 4.58%포인트로 국채금리가 회사채 금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증권사 12곳이 RP 대상 기관으로 선정됨에 따라 이들 증권사는 보유하고 있는 국고채, 통안증권, 은행채 등을 담보로 한은에서 자금을 빌릴 있게 된다. 1차적으로 자금 조달을 위한 투매 가능성을 줄어든다. 2차적으로는 한은의 자금을 통한 투자 여력 확대도 기대해볼만 하다.
한은이 91일물 RP로 자금을 지원할 경우, 금융회사등은 CP 등에 투자해 신용스프레드만큼의 차익을 가져갈 수 있고 회사채 인수 및 투자도 가능하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이달 중순에 운용을 시작함에 따라 신용스프레드 축소에 대한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한은은 "증권사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을 통해 채권시장 및 단기금융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며 "증권사의 경우 은행이 취급하지 않은 크레딧물(CP, 회사채 등) 투자 여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P 대상 기관 확대로 증권사와 한은간의 RP거래 경로도 한 단계 줄었다. 그동안은 우리투자증권과 한국증권금융이나 시중은행 등을 통해 한은과 RP거래를 해왔다.
다만 증권사들의 반응은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어, 긴장을 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회사채 투자담당자는 "한은 RP를 통해 자금 지원을 받아 회사채를 인수해 투자하려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RP대상 기관으로 추가된 증권사는 굿모닝신한증권, 대우증권, 동양종금증권, 부국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현대증권, HMC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이다. 내년 7월31일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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