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평사 무의뢰 평가 논란 현대·기아차 등급 하향, 정보 접근성·영업 악용 가능성 지적
이 기사는 2009년 01월 19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신용등급 하향이 해외 신용평가사의 무의뢰 평가(Unsolicited Rating)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국제 신평사인 피치(Fitch)는 지난 14일 현대·기아차의 장기 외화표시발행자 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데다 등급전망까지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피치의 이번 등급 하향은 무의뢰 평가로 알려져 있다. 무의뢰 평가는 기업의 의뢰 없이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것이다. 신평사가 발행사인 기업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무의뢰 평가의 순기능이 인정되지만 정보 접근성과 영업적 악용 가능성에서는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다.
증권사 채권영업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금융시장이 해외 신평사들의 등급 조정에 좌지우지됐다”면서도 “최근 들어서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치가 현대·기아차 신용등급을 하향했다는 소식이 채권시장 초반에는 상당히 영향을 미쳤지만 곧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해외 신평사의 시각을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의견들이 불거졌다”고 덧붙였다.
국내 신평사 한 관계자는 “무의뢰 평가가 아무래도 정보 수집 등의 차원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의뢰 평가와 다르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침체와 미국 등의 급격한 소비 위축에 직면한 현대·기아차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국내 신평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는 판매 지역이 다각화돼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며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의 경우 미국 시장이 전체 판매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는 적자가 날 수 없는 구조”라며 “도요타자동차의 적자 원인에는 판매량 감소도 있지만 환율 영향도 크다”고 덧붙였다.
2008년 3분기까지 현대차의 소매판매(Retail Sale)를 살펴보면 국내시장 19.9%, 북미시장 18.2%, 유럽시장 19.9%, 아시아 시장 22.1%, 기타 시장 20.0%로 나타난다. 북미시장 비중이 31~45%에 달하는 주요 일본업체에 비해 시장 분산도가 우수하다는 평가다.
한편 국내 금융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 격차가 점차 벌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내 신평사들이 부여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장기 신용등급은 각각 AA0, AA-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의 회사채는 AA0급 수준에서 거래된다”면서도 “기아차 같은 경우 우량한 A0급 회사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거래된 1년 만기 기아차 회사채 수익률이 8.4~8.5% 정도”라며 “A0급 회사채 수익률에 비해서는 낮고 A+급 보다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인식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이 실제 세 단계까지 차이가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자동차산업이 안정될 때는 그룹 후광에 힘입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등급 차이가 줄지만 산업이 불안정해지면 격차가 생긴다는 것이다.
2008년말 기준 기아차의 총차입금은 5조6319억원 수준이다. 신차 개발과 해외공장 투자 자금을 외부 차입에 의존해 차입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2007년 282억원에서 2008년 들어 65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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