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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채발행 '갈팡질팡' 해프닝 입찰 후 발행 취소 요청 → 한국證 설득 → 예정대로 발행

황은재 기자공개 2009-01-23 19:13:59

이 기사는 2009년 01월 23일 19: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일부 기업이 채권 발행을 연기하거나 정해진 발행금리를 낮추겠다고 밝혀 투자자와 마찰을 빚었다. 2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한진해운}이 대표적이다.

발행 주관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이 발빠르게 한진해운을 설득해 예정대로 발행하기로 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채권금리가 급등락하면서 발행자와 주관사, 투자자간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중부발전이 채권 발행 입찰을 실시하고도 금리가 높다며 발행을 연기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 회사채 금리 급락..한진해운 "발행 연기하자"

한진해운은 다음달 12일 발행을 목표로, 지난 셋째주에 조달금리와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주관사도 수 분만에 2000억원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발행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8%대의 높은 금리(1년만기 8.1%, 2년만기 8.2% 3년만기 8.5%)에 매료된 투자자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실제 발행까지 남은 건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등 형식적인 절차뿐이었다.

그런데 1주일 사이에 상황이 급변했다. 회사채 금리가 속락을 거듭하면서 급기야 한 때 같은 그룹소속이고 신용등급이 낮았던 대한항공이 더 낮은 금리에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하게 됐다. 대한항공의 발행 예정 금리는 1년이 5.80%, 1.5년이 6.60%, 3년이 7.40%이다.

그러자 한진해운 이사회는 금리가 너무 높다며 발행을 연기할 것을 실무진에게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투자자와 주관사에게 이사회의 뜻을 전달했다. 복수의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사회의 승인이 어려워졌다며 투자를 철회하든지 발행금리를 낮춰달라는 한진해운의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은 반발했다. 증권사는 소매채권으로 판매하기로 다른 투자자와 계약을 맺어놓은 상태라 투자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정대로 발행"..한국증권, 주관사 역할 다했다

발행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주관사로서 신뢰에 금이 갈 처지에 놓였다. 투자자들은 주관사가 금리를 내려 채권을 인수한 뒤 당초 결정된 금리대로 채권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증권은 한진해운 설득에 나섰다. 만약 입찰 이후 금리가 크게 올라 투자자들이 인수를 철회하겠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논리를 폈다. 투자자들도 같은 의견을 한진해운에 전달했다. 한진해운은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발행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달비용을 낮추자는 회사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된 딜(Deal)을 깨는 것은 시장에서 신뢰감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말했다"며 "한국증권이 주관사로서 역할을 잘 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도 소득이 있었다. 주관사와 투자자들은 한진해운이 추가로 발행할 예정인 1000억원에 대해 대한한공보다 0.40%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1년물이 5.40%, 2년물이 6.7%, 3년물이 7.0%이다.

◇ 회사채 발행절차 정상화 '급선무'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진해운의 발행 취소 해프닝에 대해 계약서 한 장 없이 수백억원어치 채권을 거래하는 비정상적인 회사채 발행 절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효력이 발생한 뒤 투자자를 모집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 모집을 완료하고 형식적으로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공모 회사채 발행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본부장은 "100억원어치 채권을 사면서 전화와 인터넷 메신저로 투자 결정을 하고, 발행 당일에 매입금액을 입금하는 형태로 채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발행 절차가 왜곡돼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관사 입찰과 투자자 모집이 완료된 이후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취소해도 도의적인 문제만을 거론할 뿐 기회 손실 등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회사채 투자 담당자는 "회사채 운용을 하면서 발행이 취소돼 펀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후 투자자와 자산운용사만 다른 대안을 찾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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