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기사는 2009년 01월 30일 09: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효율성의 이름으로
김포공항은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국내선 전용공항이 되었다가, 2007년 도쿄·상하이등 근거리 국제노선의 취항으로 국제공항의 면모를 일부 되찾았다. 2008년 10월 김포공항의 취항가능권역이 1500km에서 2000km로 확대되었고, 12월에는 오사카 노선이 다시 개설되었다.
김포공항 관계자들은 서울도심 여행객들의 편의와 실용성, 외국 주요도시의 도심공항 활용추세 등 국가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김포공항의 근거리노선 확대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설비능력에 상당한 여유가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우선 인천공항을 동북아물류허브로 키우려는 장기 국가전략이 혼선을 빚을 수 있고, 항공기 소음에 대한 김포공항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예상된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이슈는 상당 부분 CP시장의 이슈와 닮았다. 발행기업의 실용적 측면에서 보자면 CP시장은 회사채 시장보다 효율성이 뛰어나다. 상대적으로 발행절차가 간단하고 빠르고, 각종 비용도 덜 든다. 하지만 장기 전략적 측면에서 보자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 공기업이 주도하는 CP시장 확대
최근 CP시장이 급신장하고 있다. 이런 신용 가뭄에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CP시장이 대견해 보인다. 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그런 평가는 조금 일러 보인다.
기본적으로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입장에서 CP시장의 급팽창은 선뜻 환영하기 어렵다. CP시장의 대확장이 거의 예외 없이 금융시장의 질곡으로 이어졌던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비상 상황이다 보니 이런 일반론은 잠시 접어둘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듯이 공공부문이 CP시장의 급팽창을 주도하는 양상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CP는 효율성은 높지만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다는 것은 이제 시장의 상식이 되었다. 따라서 무리하게 CP에 의존하는 기업은 시장의 견제를 받는다. 시장의 규율(Market discipline)이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신용을 사실상 책임지는 공기업(GSE)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장의 규율보다는 도덕적 해이가 더 크게 작용한다. 결국 정책적인 조율이 유일한 해법이고, 앞으로도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정책적 조율이라는 것이 좀처럼 때를 맞추는 법이 없으니까.
◇ 공기업 CP 급증의 부작용
공기업 CP의 급증은 몇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해당기업의 유동성 리스크야 유사시 당국이 책임진다고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국가의 부담이 커진다.
둘째, 회사채 시장의 궁핍화다. 원래 회사채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과 ‘네트워크 가치는 참가자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맷칼프의 법칙(Metcalfe’s Law)이 적용되는 시장이다. 채권시장의 부분 시장으로서 ‘변경(Frontier)의 확장’과 회사채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인 유동성 리스크의 완화 효과 때문이다. 그런데 투자자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기업 채권의 감소는 회사채 시장 전반에 대한 매력 감소로 이어진다.
셋째는 CP시장에서 민간 CP를 구축하는 효과다. CP는 회사채와 달리 상대적으로 수급이 제한되어 있는 시장이다. 공기업 CP의 증가는 민간 기업 CP의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은 MMF 등 부동자금의 비정상적 확장을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요즈음과 같은 시기에는 부동자금이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부동자금이 선호하는 금융상품은 대개 자산 편입에 제한이 있어서 수요가 있다고 무조건 자금을 받아주지는 못한다. 공기업 CP는 이러한 MMF의 자산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위험자산으로의 투자확산(Spill over)을 지연하고 자금시장의 부동화를 돕는 셈이 된다.
◇ 공기업 CP의 제도적 틈새
CP 활용도가 큰 공기업들의 현황을 정리하다 보면 사뭇 이상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우선, 상당수 공기업의 재무자료를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없다. 공기업에 대한 시장의 느슨한 접근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의 시장의 규율마저 작용할 여지가 막힌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투자자에게 재무자료를 공시하지 않는 이런 시스템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가?
또, 상당수 공기업의 CP 발행 현황은 공시자료와 시장자료가 크게 다르다. 대개의 경우 기업은 CP의 상당 부분을 은행차입금(때로는 장기차입금)으로 회계처리하고, 은행은 이를 유가증권인 CP로 등록하면서 발생하는 차이다. 단순한 회계 기술의 차이라면 투자 정보의 혼선을 탓하는 수준일 것이지만, 보다 큰 문제는 분담금 등의 이슈로 경제적 실질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제도적 틈새(loophole)는 결국 신용시장의 자금흐름까지 왜곡시킨다. 지난 2006년 회사채 시장을 크게 잠식했던 ‘은행 사모사채의 악몽’을 다시 보는 느낌이다.
2006년 당시 은행 사모사채도 2005년 4분기 회사채 시장의 일시적인 경색이 모티브가 되었지만, 경색이 해소된 이후에 오히려 더 확대되었었다. 제도적 틈새와 은행의 확장 욕구가 맞물린 결과였다. 이번 공기업 CP의 확대도 2008년 4분기의 금융시장 불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회복한 상황에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공항은 김포공항의 8배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각종 첨단설비를 갖추고 있다. 회사채 시장도 오랜 기간 상당한 인프라를 갖춰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허브의 필요 조건일 뿐이다. 진정한 허브가 되려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당장의 성과에 대한 조급증을 억누르고, 크고 작은 걸림돌을 치워 가면서 꾸준히 ‘허브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오늘의 공기업 CP 이슈는 그 과정에서 만난 작은 걸림돌일 뿐이다. 하지만 오직 당국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이슈다. 과연 언제 어떻게 이 이슈를 해결할까?
[칼럼니스트 소개]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 약력
2001∼ 굿모닝신한증권, 선임연구위원
1988∼2001 한국신용정보 연구개발실장, 화학산업평가실장
KAIST MBA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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