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제 역할 다 하고 있다" 김형기 본부장 "채안펀드도 리스크 관리, 시장변화 고려해야"
이 기사는 2009년 02월 06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가 출범한 지 50여일이 지났다. 현재까지 매입한 채권 규모는 1조6000억원. "매입속도가 너무 느린 것 아니냐, 우량채만 매입해 펀드의 목적을 흐린다" 등 비판도 많았다.
통합펀드 운용책임자인 김형기 산은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상무)은 채안펀드의 특성과 변화된 시장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채안펀드는 국내외 금융위기로 우량 기업들조차 유동성 경색에 처하는 것을 막자는 게 본래 취지다. 정부가 주도해 조성했지만 은행 등 민간이 출연해 만든 것이라 공적자금과 성격이 다르고 펀드매니저로선 적정한 수익과 위험관리를 해야 할 부담이 크다.
그는 "신용스프레드가 줄고 수요도 확대되는 등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좋아지고 있어 매입규모가 적었던 것"이라며 "채안펀드는 시장안정을 위한 최후의 범퍼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그간의 운용을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채안펀드도 일종의 펀드다 보니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채안펀드의 주 출자자는 은행과 보험이다. 은행과 보험은 기본적으로 국공채에 주로 투자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채안펀드는 100%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로 한 펀드다. 투자자 성향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비우량한 채권을 매입할 수도, 시장을 생각하면 너무 우량한 것만을 매입할 수도 없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결국 비우량채권은 신용보강을 거쳐 매입하기로 장치를 고안했다. 하지만 신용보강엔 3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매입 속도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김 상무는 지적했다.
신용보강을 할수 있는 곳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두 곳 뿐인 것도 속도를 느리게 하는 원인이다. 김 본부장은 "은행이 보강업무를 해줄수 있는 시장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신보와 기보만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이런 국내 인프라(금융시스템)부분을 보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해 아쉽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채안펀드 출범당시의 상황과 현 시장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채안펀드는 지난달 말 BBB+~A+급 회사채가 주로 담긴 1차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P-CBO) 1조원을 매입했다. 당초 1차 P-CBO 발행예상금액은 1조5000억~2조원. 하지만 시장상황이 빨리 좋아졌고 웬만한 회사들은 채안펀드 편입을 꺼렸다.
그는 "시장 자체 발행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 매입액이 적어졌다"며 "1차 규모가 줄어든 만큼 신용도가 낮은 쪽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의 규모는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년차 펀드매니저에게도 채안펀드는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존재다. 특히 상대적으로 아직 수요가 생산되지 않고 있는 회사채 등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 모습이다.
그는 "신용등급이 낮거나 등급이 없는 회사채 매입도 검토중"이라며 "BBB0와 BBB-급 회사채도 포함하는 P-CBO 1조원 이상이 이번달 말 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3월에는 신용등급이 없거나 아주 낮은 중소기업 채권을 포함하는 3차 P-CBO가 발행될 예정이다.
채안펀드는 현재 10조원 중 5조원을 1차로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5조원은 1차분의 90%의 자금이 소진될 경우 시장상황을 고려해 출자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1차 자금의 36%가 소진됐다.
그는 "작년 11월, 12월과 같은 시장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장단기 금리차 확대 등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채권 수요기반 자체가 과거만큼 탄탄하지 않아 시장불안이 증폭될 수 있기에 만약 더 악화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빠른 속도로 펀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기 산은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상무)]
2008. 07. - 현재 산은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
1999. 07. - 2008. 07.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팀
1988. 04. - 1999. 07. 국민투자신탁 채권운용팀
1995. 03. - 1998. 02.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1981. 03. - 1985. 02.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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