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2월 13일 1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키움증권이 주식담보대출을 유동화시키는 데 무려 8개월을 투자했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를 발행하는데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 불과 1주일 안에 발행되는 것들도 허다하다.

기초자산이 대출채권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대출을 유동화를 하려면 차입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국내은행들의 모기지담보부증권(RMBS) 발행에도 차입자 동의가 매번 걸림돌로 작용했다.

8개월이나 걸렸지만 키움증권은 신용공여규모를 줄이기 위해 유동화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현행 감독규정은 증권회사의 신용공여금 비율을 자기자본의 100%로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9월말 기준 키움증권의 신용공여한도는 자기자본의 100%에 달했다.

◇ 신용공여한도 꽉차..해결책 '유동화 선택'

신용공여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유가증권을 대여하는 것으로 공모주 청약시 증거금 일부를 대출하는 주식청약자금대출,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할 때 매수대금의 일정비율을 빌릴 수 있는 신용거래외에도 대출금 용도 목적 여부에 따라 유가증권매입자금대출과 예탁증권담보대출이 있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사 1위답게 2007년말 한 때, 자기자본의 2배가 넘는 7714억원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그러나 2007년 증권사들의 신용공여한도에 대한 제한이 시작되면서 키움증권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당시 증권업감독규정은 자기자본내에서만 신용공여를 할 수 있게 했다. 키움증권은 서둘러 신용공여를 축소했지만 자기자본 규모보다 컸다. 2008년 9월에서야 자기자본(당시 3679억원)까지 줄였다. 추가 자본확충이 있지 않는 한 사실상 신용공여를 확대하긴 어려웠다.

키움증권이 선택한 것은 주식관련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였다.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세워 주식관련 대출을 매각하면 재무제표에 표기되는 신용공여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화 규모는 1200억원, 자기자본의 대비 27.9%에 달한다. 키움증권의 현재 자기자본은 4300억원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부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관련 담보 대출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연구했다"며 "그러나 법률적인 문제가 컸다"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통합법에서도 증권사의 신용공여한도는 100%로 제한하고 있다.

◇ 대출채권 제3자 매각 문제..약관 변경으로 해결

발행이 순탄치많은 않았다. 개별 대출을 유동화회사에 매각하기 위해 필요한 대출 고객의 동의를 받는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ABCP의 풀(Pool)에 들어가야할 자산이 무려 2만건에 달했다.

키움증권은 대출 약관을 전면 수정하는 형태로 돌파구를 찾았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표되던 지난 4일 키움증권은 대출채권에 대한 제3자 매각에 대한 고객 동의를 골자로 '예탁증권담보융자약관'을 변경·신설했다.

약관 9조 3항은 '회사는 제3자에게 자산유동화목적으로 고객에 대한 담보부 대출 채권을 양도할 수 있으며 고객은 이를 승낙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개별 대출을 유동화회사로 매각(True Sales) 하는데 필요한 법적 요건이 구비됐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약관 수정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로 통합) 등 유관기관 및 법률 검토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담보권에 대한 질권 설정도 장매물로 다가왔다. 대출에 대한 담보로서 설정된 질권이 유동화 회사로 이전되도 유효하냐는 것이다.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지난해 12월 이후 발행 추진 속도가 빨라졌다.

ABCP 발행은 구조화금융파트의 김인석 부장이 담당했다. 김 부장은 "국내 최초로 예탁증권 담보대출 유동화에 성공했다"며 "키움증권이 온라인 주식 중개업에서 투자은행(IB)로 변신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은 세화가 맡았다.

한편 이번 ABCP는 주식담보대출 유동화의 트랙에러(Track Error)를 점검하는 성격이 강하다. 김 부장은 "트랙 에러를 살피면서 ABCP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주식관련 대출도 유동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